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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버린 도시락

Ra 2005. 1. 30. 12:38
몇년 전이드라... 2000년에서 2001년 넘어가는 겨울이었던거 같은데..
종일 사무실에서 일하다, 약속이 잡혀 부랴부랴 줏어입고 밖에 나갔다. 그날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내 기억에 확실히 남아있는건, 데리버거.

회사로 돌아오던 길에 배가 고파 근처 롯데리아에 들러 데리버거 두개를 샀다. 거의 폐점 근처였던 시간이었지. 그리고 돌아와 늘 앉던 자리에서 또 도시 일에 몰두한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문득, "아, 맞다.. 배가 고팠었지..."하는 생각에 사들고 들어온 데리버거를 하나 뜯어 입에 물었다.
차가운 패티와 눅눅해져버린 빵을 특별히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어쨌든 배가 고팠던 때였으니 매우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포장지는 휴지통에... 잠깐, 여기 써있는 글귀가 뭐지?
" 따뜻할 때 드시면 더욱 좋습니다. "(와 비슷한 내용의 글귀)
아, 그렇군. 감사합니다. 친절히 알려주시다니...

몇년이 지난 오늘, 어제 저녁 사온 한솥 짜장자장도시락을 먹는다. 이미 딱딱해지기 시작한 쌀밥에 기름 떠다니는 식은 짜장자장을 올려 대강대강 비벼 먹는다.

이렇게라도 버티는건, 오래전부터 나에게 걸린 주문 때문이다. 마치 불사의 주술에 걸린 구울처럼 말이다.



옴 제세제야 도미니 도제삿다야 홈바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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