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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Ra 2005. 5. 16. 09:39
예상 코스는 1. 서울대공원에서 동물들 둘러보며 김밥으로 점심. 2. 근처 과천경마장에서 소리도 질러보고. 3. 서울로 돌아와 시원한 맥주로 땀을 식힌다.
뭐 완벽하다랄수는 없지만 꽤나 정석적인 코스라고 봅니다. 날씨도 좋았고 매우 착한 아가씨와 함께였으니 사실 코스 따위야 어쨌건 상관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동물 보는데 넋이 나가 이래저래 하다보니 경마장 갈 타이밍을 놓치고 저녁시간이 되어버렸군요. 대공원 정문 앞 장미농원에서 마술쇼를 본 까닭과(어제는 피곤하여 크게 박수를 못쳐드렸습니다. Dream of Magic 팀. 퍼포먼스부터 기술력까지 아주 멋졌습니다.) 파트너의 집에서 온 일찍 들어오라는 전화 때문에 맥주는 대공원 입구에서 비린내나는 치킨과 함께였습니다. 아주 아쉽군요.

동물원은 날씨가 지나치게 좋은 날이 아닌 이상 꽤나 멋진 데이트 코스입니다. 파트너가 산책을 좋아한다면 두말할 거 없이 서울대공원 강추합니다. 가족단위 소풍객들 보기도 좋았고요, 날이 더워서인지 짧은 치마에 어깨가 드러나는 아가씨들도 많이 보였고요(보려고 한게 아니라 보인것일 뿐입니다.)

하도 많은 동식물들을 보고 왔으니 그 이름들은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쇠창살 우리 안에 갖힌 동물들은 찍고 싶지 않아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이야기 계속
가젤처럼 생긴놈이었는데.. 물소같은 놈들하고 같이 사육되더군요. 어미인 듯 새끼가 젖을 물고 있습니다. 물소같이 생긴놈들이 가까이 오니 세배정도 큰 덩치도 무섭지 않은지 뿔을 들이밀더군요. 초강력 모성애, 멋졌습니다.

홍학쇼를 봤습니다.(왜 홍합쇼라는 어감을 잊을 수 없을까요; 홍합이 쭤뻐~ 쭤뻐~ 하며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는 모습만 상상이 갑니다.) 조련사분 입장에서는 맘에 안드셨을런지 모르겠지만.. 대중에 따르지 않는 홍학이 두마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관중들은 오히려 더 재밌어 했으니 너무 상심 마시기를.. 조련사 누나, 이뻤습니다.

돌고래쇼를 보러 갔습니다. 서울대공원 수차례 와봤지만 돌고래쇼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군요. 매표소 앞에서 몇시껄로 볼까 하고 있던 차에 한 아저씨분께서 성인2인용 표를 주셨습니다. 아이쿠, 감사해라. 표가 필요 없으시다고 그냥 가지시라는군요. 아이쿠, 감사 감사 감사합니다. 물개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들과 재롱들도 보기 좋았고, 돌고래의 수중 점프도 시원스레 보기 좋았습니다. 물개 조련사 누나도 이쁘고;

포육원이던가.. 어린 동물들 키우는 곳도 갔지요. 아기 족제비(였든가..) 참 귀엽더군요. 쉴 새 없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대부분 유리벽으로 가려진 사육장이였는데.. 자기를 쳐다보지 않는다고 유리벽을 쳐대는 사람들은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안내원의 주의를 받고서도 옆 자리 가서 또 유리를 쳐대는 모습이란.. 아기 원숭이 한마리는 사육장 밖에서 동물원 손님들과 같이 놀더군요. 사람 아이와 마찬가로 여러가지 것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 보였습니다. 바닥의 풀도 뜯어먹고;; 손으로(그리고 발로도) 흙장난도 하고요. 적나라한 숫놈이더군요;

반달곰은 더이상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귀여운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온 표정에 "거만"이라는 글자가 새겨진듯한 자세로 앉아있는 비만 반달곰이었습니다. 에버랜드 사파리에 있는 곰들은 던져주는 건빵들 잘도 받아먹더니만.. 여기 이놈은 과자 던져주면 떨어진 위치 한번 스윽 쳐다보고, 슬그머니 일어나서 주워먹습니다. 그리고 다시 널부러져 앉아있습니다. 이런 곰탱이같은;;


호랑이에게 점심 주는 시간에 호랑이를 보았습니다. 11시엔 토끼 한마리, 2시엔 닭 한마리, 4시엔 소고기를 준다는군요. 2시여서 생닭을(산 닭이 아닌!!!) 던져줍니다. 늙은 숫호랑이 잘 받아먹습니다. 아직 어설픈지 어색한지 다른 호랑이들은 어렵게 받더군요. 덩치 큰 새끼(설명해주시는 분이 새끼라고 했습니다. 전! 혀! 새끼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만.. 어찌 그 덩치로 새끼라 할 수 있는겐지.. 사육장도 분리해놓고..)들과 숫호랑이는 생닭을 몇번 씹더니 그냥 삼키는군요. 닭 뼈가 아드득 아드득 간단히 부숴져 버리는 모습을 보고, 역시 호랑이구나 싶었습니다.(4시에는 소고기를 준다기에.. 소 한마리를 던져넣는 상상을 했습니다. 한우 한마리가 움머~~~ 하면서 사육장 안으로 날라들어가는 모습을.)

호랑이 사육장 옆에는 소동물사육장이든가.. 작은 동물들만 모아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거기는 먹이를 꼬챙이로 꼽아서 주더군요. 꼬챙이를 높이 들면 쇠창살을 밟고 올라가 기어코 먹는 모습이 참 귀여웠습니다. 특히나 입으로 받지 않고 손으로 쥐어서 입으로 가져다 먹는 동물들은 더 귀여웠고요.

파충류관에 들어가서는.. 다양한 악어와 뱀, 도마뱀, 그리고 설치류 몇종을 보았는데.. 움직이는 동물을 딱 두가지 봤습니다. 두꺼비(왜 파충류관에... 뱀 먹이인가..)와 아구아나. 두꺼비는 숨쉬느라 턱 밑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었고 이구아나는 고개돌리는것. 동물원이 아니라 무슨 박제 전시관인줄 알았습니다..

코끼리 저녁식사(4시)에 조련사누나가 사과와 당근을 들고 나와서 아프리카 코끼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짖궂은 아시아 코끼리 한마리가 먹이 빨리 주지 않는다고 사육사 누나에게 콧물 세례를 쏟아붇더군요. 이게 말이 콧물이지.. 샤워꼭지입니다. 덕분에 사육사 누님 흠뻑 젖으셨군요.; 아흥~

코끼리 저녁식사를 구경하느라 같은 시간 하던 사자 먹이주기는 못봤습니다. 아쉽지만 별 수 없죠. 개인적인 취향일런지도 모르겠지만, 사자보다는 호랑이가 더 멋져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자전망대라는 식당이 사자 우리 안쪽으로 생겼더군요. 사람의 상술이란 거 참...

식물원은 빠질 수 없습니다. 공기도 다르고 분위기도 꽤 좋지요. 천천히 돌면 한시간은 족히 걸려도 다 못볼겁니다. 형광빛이 감도는 꽃들도 신기했고.. 커다란 산인장들 하며, 파리지옥까지.. 다양한 볼거리 참 좋습니다. 사람 적은 날이라면 2층 구름다리에서 같이 온 연인과 어이쿠...

원숭이들은 동물원의 꽃이랄까요. 과자도 잘 받아먹고, 행동을 보는것만으로도 참 재밌습니다. 순진한 한 아가씨가 옆에서 "쟤봐! 쟤는 엉덩이가 이상해!"라고 큰소리로 옆 남자에게 물어보던데.. 남자도 답을 알고 있어서 대답을 안한걸까요? 그런건 좀 소곤소곤 물어보셨으면 답을 들으실 수 있었을겁니다. "그건 엉덩이가 아니라 발정기의 암컷이라 부풀어오른거다"라고. 생후 몇일 되지 않은듯한 아기원숭이에게 젖을 물린 채 손을 뻗어 과자를 받아가는 엄마 원숭이. 참 이뻐보였습니다.

p.s 재밌었어, 매우 착한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