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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Ra 2005. 8. 5. 02:13
누군가의 비공개 블로그에 올라온 포스트를 보고 문득.

한참 자취 하던 시절. 죽어도 집에 손벌리지 않으리라 맹세하고, 간장밥에 고추장 찍어먹던 시절. 가난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것은 내게 서러움보다는 나를 향한 분노만 남겨주었다. 너무나 너무나 입안에 씹히는 육류가 먹고 싶어 여기저기 동네 가게들 돌아다니며 가격대비 양이 가장 많던 이름모를 참치캔을 980원에 하나 사들고 뚜껑에 붙은 기름까지 핥아먹던 때에도 결코 서럽지 않았다.

그러다 그러다 수중의 돈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되어버려 고민 끝에 집에 전화해서 용돈이 필요하다 말했다. 별다른 말씀 없이 온라인으로 부쳐주시겠다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가난은 서러운것임을 느끼게 된다. 은행에 들어온 돈을 한참을 망설이다 인출을 하고, 이삼일을 더 굶은 뒤 "여기서 이렇게 쓰러지면 아무런 의미도 남지 않게 된다"라는 생각에 부들거리는 손으로 라면을 산다.

가난은 서러움이다. 경험하지 못한 자는 이해할 수 없는, 나를 향한 분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