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경력이 오래지는 않지만 근 3년정도 지방근무를 하다보니 느낀게 두가지 있다.

하나는 공대생이라면(소프트웨어쪽 빼고) 지방 근무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에 미친 사람이 많다는 것.

전자의 이야기는 별 설명할 것 없이 많이들(특히 공대생이라면) 공감할테고, 후자의 이야기는 뭔가 좀 특이한 메카니즘이 있는 듯 하다. 추측컨데, 지방에서 근무하다보니 아무래도 가족들과 같이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주말부부, 월간부부 등등), 그러다보니 가족들과의 관계가 점점 더 소원해지고, 그래서 퇴근하기가 싫어져 가는 것은 아닐까? 가족들과 소원해져가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니 이 사람은 아마도 직급이 어느정도 될 것이다. 그럼 퇴근을 안하다보면 다른 일로 퇴근시간 이후까지 남아있는 부하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업무지시 받던 부하 직원도 야근이 늘어나, 결국에는 가족들과 소원해지는 반복적인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

또 다른 추측은, 집이 멀기 때문에 회사 근처에서 혼자 나와 살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사람들은 자취방에 돌아가면 혼자 할 것도 마땅히 없고, 그러다보니 퇴근시간이 지나더라도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 이 이후의 과정은 위에서 적은 추측과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많은 지방 근무자들이(남자의 경우) 가족들과 함께 지방으로 이사올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아니다. 자녀 교육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배우자가 쉽사리 이해해주거나 이주를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뭐 내 생각에는 그렇다는 것이다. 결코 내 옆자리 과장이 기러기 남편이라서 이러는건 아니다. 입사 2주만에 내가(아는것도 없고, 적응도 못하고, 어리버리해하는) 야근을 해대고, 3주차에는 5일 내내 야근하는 모습이 마음아파서는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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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화

Free 2010. 8. 8. 01:36

요새 두어달 쉬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내 스스로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 멀리 여행이라도 갔다왔으면 더 좋으련만 거기까지는 사정이 여유롭지 않아 씁쓸하긴 하지만.

  • 스마트폰을 샀다. HTC Desire. 내겐 너무 과분할 정도로 멋진 녀석이다. 지금도 디자이어로 접속해 포스팅 중. 여기에 글을 적는데 이래저래 제약은 많지만 이건 뭐 대부분 티스토리의 문제이니 패스.
  • 무선공유기를 샀다. 덕분에 디자이어로 늘 온라인 상태가 되었고, SNS라는것도 맛을 보게 되었다. 트윗터에 팔로어도 거의 없고(필요성을 잘 모르겠지만), 팔로잉 할만한 사람도 아직 없지만, 그냥저냥 짧은 넋두리들을 배설하는 공간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쪽은 그래도 보다 활발한 편. 외국 친구들이랑도 쉽게 연락할 수 있는게 큰 매력인듯. 하지만 무언가 소란스러우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 덥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엔 에어컨이 없다. 그래서 요새는 집 근처 도서관에 다닌다. 만족스러울만큼은 아니지만 그정도면 충분. 공부를 하고 있다. 분야는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영어는 꾸준히. 태어나서 이때처럼 공부가 재미난 적이 없었는데... 천성적으로 공부를 싫어했던 나이건만.
  • IRC를 하지 않는다. 10년이 조금 넘게 메신저마냥 pc를 키면 자동을 접속하던 irc였는데 요새는 많이 뜸해졌다. 왜일까? 이건 나도 정말 모르겠다. 블챈 분들, 츤데레분들, 미투챈분들 모두 안녕하시겠지. 가끔 오시는 예전 cj분들을 위해 유지하던 #kiri도 이젠 아무도 없겠지. 봇탱이도 집나간지 두달은 된듯. 그러고보니 irc-script 홈피에 답변 안단지도 두달이 넘었네. 뭐 다른 고수 분들이 친절히 잘 하고계시겠지.
  • 꿈을 꾼다. 충분한(시간적으로) 수면 덕분이겠지. 그동안 거의 매일을 4~5시간만 자던 사람이 7~8시간을 자니 그만큼 램수면 시간도 늘어난거겠지. 두뇌도 충분히 휴식을 취해서 꿈 내용을 잘 기억하기도 하고. 얼마전엔 꿈에서 어떤 노인분이 정신없이 담벼락에 숫자들을 적는 꿈도 꾸었다. 4개의 숫자였지만 조합하면 6개! 부푼 꿈을 안고 로또방에 갔으나... 로또방 입구 안내판에 보이는 지난 주 당첨번호. 꿈에서 본 숫자 조합 6개 중 4개가 거기 있더라. 이건 뭐 복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어쨌건. 나는 결코 죽지 않아. 불멸, 그것은 불멸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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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樂書 2010. 6. 14. 01:09

H사가 주로 내세우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았을런지도 모르지만 현재 정부가 그러하다. 그리고 전에 내가 있던 회사의 상급자들이 그런 식이었다. "하면 된다."라는 주의.

혹은, "까라면 까"라거나, "되게만 해"라던가, "왜 할 수 있는걸 안하려고만 해?"라던가.. 뭐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이사람들은 생각이 없는건지, 결과만 원하는대로 얻어지면 뭐든 상관 없어 할 사람들이라 그런건지.. 어느쪽이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분명 다르다.

분명 되는것이 가능한 일이다. 하면 되긴 하다. 그러나 되도록 하는데에는 많은 노력과 투자가 들어가고, 얻어지는 것 보다 소모되는것이 더 많다면 분명 그건 비생산적인 일이다. 그래서 안하는거다. 불쌍한 사람들, 그런것도 모르고. 오늘도 여전히 밑에 사람들을 조지고 있겠지,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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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내용이지만, 고용의 형태에는 정규직과 계약직 두가지만 있는게 아니다. 한가지의 형태가 더 있으나 아직까지는 딱히 그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를 모르고 있다. 아니, 그런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가 있기나 한건지 모르겠다. 편의상 이 형태를 - 내가 지금 이야기하려는 - 전환성 계약직이라 하겠다.

용어가 생소하다고 해서 뭐 거창한건 아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조건으로(당연하겠지만 이런 내용을 계약서 등에 명시할순 없다.) 일정 기간 계약직으로 고용되는 형태이다. 내가 보기엔 이런 전환성 계약직이 일반 계약직보다 더 비참한 형태의 고용 형태라고 본다. 계약직의 설움이란 정규직만 못한 봉급과 복지, 안정적이지 못한 고용상태(언제 짤릴지도 모르는 불안함) 정도일 것이다. 전환성 계약직의 설움은 일반 계약직의 그것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추가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고, 일반 계약직보다 더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일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법처럼.

회사의 입장에서는 칼자루를 쥔 샘이다. "정직원 되고 싶으면 이 일도 해라. 이것도. 이것도. 물론 계약서에 그런 내용을 적을 수는 없지만." 일반 계약직에게는 그럴 수 없다. 원래 하기로 계약된 일만 하면 되니까. 물론 계약서의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짤릴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일반 계약직과 전환성 계약직 모두 마찬가지이다.

나는 그간 2년 4개월을 이런 전환성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월요일 새벽부터 금요일 저녁까지 일평균 15시간의 노동을 해왔다. 주간 근무시간이 70시간이 넘는다. 단지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시키는 일을 모두 "네, 하겠습니다" 하고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해오며. 나중엔 여지껏 해온게 아까워서 이런 상황을 포기하지도 못하겠더라. 빌어먹을 비정규직 노동법 덕에 계약 2년차가 되었을 때 회사로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란 이유로 퇴사처리하고, 2주가량 무고용 상태로 지내다 다시 계약하게 되었다. 물론 그 2주를 쉰것도 아니고 무보수 노동을 했고, 계약 연장이 아니기에 그 이후의 계약에서 퇴직금도 없어졌다. 이게 다 단지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버틸 수 없었고, 퇴사하였다. 하지만 회사는 여전히 전환성 계약직이라는 허울 좋은 노예계약으로 남아있는 자들에게 고된 노동을 시켜대겠지. 회사 입장에서는 정말 환상적인 제도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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