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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Ra 2005. 6. 3. 09:44
아침일찍, 그날의 피로를 풀기 위해 - 일반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내게는 맞다 - 싸우나로. 언제나 반겨주는 선진씨의 미소인사.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아침 타임으로 바뀌셨나봐요?"
"네.. 이제 풀타임으로.."

포근해 보이려고 무척이나 노력한 나의 미소는 금새 그녀의 미소에 무색해진다. 탕안에 들어가 오만스물두가지의 망상들. '오호.. 그녀와?'라는 생각이 든 뒤로 손 끝이 간지러워지는 심장의 고동이 느껴진다.

"바쁘시지 않으시면 잠깐 이야기좀 해요. 1분이면 될거에요. 사적인 질문 몇가지 하고 싶은데.. 대답하지 않으셔도 되요. 괜찮아요. 첫째, 뮤직컬 좋아하세요? 둘째, 주말에 시간 괜찮으세요? 월요일도 공휴일이니까요. 셋째, 남자친구가 없으시거나 낯선 사람과 뮤직컬 보고 와도 이해해주는 마음 좋은 사람이신가요?"
좋아, 딱 좋아. 이 시나리오로 가보는거야. 잇힝.

하지만 막상 그녀 앞에서 서서 다시금 그녀의 미소를 보면 나는 또 누그러진다. 나답지 않게 떨리는 음색. 숨기려 하면 더욱 어색해진다는것 알고있다. 준비한 말도 다 못하고 "저기요..."하고 시작해버린 질문들. 어색해, 어색해, 어색해.

그래도 답은 들었다. 긍정적인 답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많은걸 알게 된 만족스러운 답이다. "뮤직컬은 좋지만, 집이 지방인데 주말엔 집에 가야해서"쯤. 순수하게 받아들이는것이 배려겠으나 잠시 분석해보면..
1. 이런 질문 너무 많이 받아와서 대답 회피에 익숙해져 있다.
2. 남자친구는 없다.
3.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4. 형제/자매가 있다.
5. 단순하거나 순진하다. - 순진하다면 나에 대해 호감을 지니고 있거나 적대감이 없다.
라는 결론이 모두 가능성을 지닌다.

다음번엔 무슨 낯으로 보나 qㅡㅛㅡ;;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