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경력이 오래지는 않지만 근 3년정도 지방근무를 하다보니 느낀게 두가지 있다.
하나는 공대생이라면(소프트웨어쪽 빼고) 지방 근무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에 미친 사람이 많다는 것.
전자의 이야기는 별 설명할 것 없이 많이들(특히 공대생이라면) 공감할테고, 후자의 이야기는 뭔가 좀 특이한 메카니즘이 있는 듯 하다. 추측컨데, 지방에서 근무하다보니 아무래도 가족들과 같이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주말부부, 월간부부 등등), 그러다보니 가족들과의 관계가 점점 더 소원해지고, 그래서 퇴근하기가 싫어져 가는 것은 아닐까? 가족들과 소원해져가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니 이 사람은 아마도 직급이 어느정도 될 것이다. 그럼 퇴근을 안하다보면 다른 일로 퇴근시간 이후까지 남아있는 부하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업무지시 받던 부하 직원도 야근이 늘어나, 결국에는 가족들과 소원해지는 반복적인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
또 다른 추측은, 집이 멀기 때문에 회사 근처에서 혼자 나와 살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사람들은 자취방에 돌아가면 혼자 할 것도 마땅히 없고, 그러다보니 퇴근시간이 지나더라도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 이 이후의 과정은 위에서 적은 추측과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많은 지방 근무자들이(남자의 경우) 가족들과 함께 지방으로 이사올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아니다. 자녀 교육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배우자가 쉽사리 이해해주거나 이주를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뭐 내 생각에는 그렇다는 것이다. 결코 내 옆자리 과장이 기러기 남편이라서 이러는건 아니다. 입사 2주만에 내가(아는것도 없고, 적응도 못하고, 어리버리해하는) 야근을 해대고, 3주차에는 5일 내내 야근하는 모습이 마음아파서는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