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몇달 열심히 일하면서 적금을 붓기 시작했어. 많지는 않지만 소중히 쓰고 싶었기에, 모아놓은 그 돈으로 땅과 벽돌과 골재들을 샀지. 그리고 내가 살 집을 짓기 시작했어. 돈을 벌면서 쏟아 부었던 노력만큼, 아니 그 이상의 노력과 정성으로 집을 지었지.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도 허물어지지 않는 튼튼한 집을 짓고 싶었단 말이야. 집이 거의 다 지어져 간다고 생각했을 무렵 어쩌면 나는 자만에 빠졌을런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논외로 하고, 거의 집을 다 지어갈 무렵 내가 벌여놓은 일들이 불행히도(매우 운이 없었다고 봐) 안좋게 터져버려서 그걸 매꿀 돈이 급히 필요했어. 거의 다 지은 집이었기 때문에, 내손으로 정성껏 지은 집이었기 때문에 그 집을 포기할 순 없었지만.. 터져버린 일을 무마시키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지. 별 수 있나.. 그 집을 파는 수 밖에. 누구에게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중개인에게 당장 필요한 돈을 받고 넘겨주기로 했어. 중개인은 적당한 주인에게 다시 넘겨줄거라 했지. 나는 금방 다시 돈을 모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걸 원치 않았을런지도 몰라. 어떻게 하면 다시 그 집을 좀 더 빨리 되찾을 수 있을까 궁리하기도 했고. 하지만 나는 내 집과 멀어져 있으면서 내가 지은 집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어. 이리저리 갈팡질팡 내 마음은 매우 혼란스러워졌지. 그러던 와중, 정말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그 집을 사가 버렸어. 게다가 그 새 주인은 그 집을 허물어 버리고 그 땅에 커다란 빌딩을 지어버렸어. 눈 깜짝할 새에 말이지. 나는 이제 더이상 그 땅을 살 수 없어. 빌딩은 너무 높았지. 이미 내 땅이 아니지만, 나는 몇번인가 내가 지어놓은 집이 있던 그 자리를, 그 땅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옛 추억에 잠기기도 했어. 하지만 그 땅은 내게 "이제 나는 새 주인이 있으니 나를 너의 땅이라 부르지 마라"라고 하더군.
그토록 열심히, 정성껏 집을 짓던 땅이었는데도 말이야.
이런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배신감과 비슷하지만 배신감이라고 할 수는 없지. 그건 이미 내 땅이 아닌걸. 패배감에 기인한 분노라고 할 수도 없어. 나는 분명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에 당연하다고 승복하고 있었거든.
그렇다면 대체 이 느낌은 뭐지?
어쩌면 그녀 말대로 심통일런지도 모른다.
무언가(혹은 누군가이지만 무언가같이 대하고픈)에 샘이 나서 심통부리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우 근접하지만 역시 정답은 아니다.
그토록 열심히, 정성껏 집을 짓던 땅이었는데도 말이야.
이런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배신감과 비슷하지만 배신감이라고 할 수는 없지. 그건 이미 내 땅이 아닌걸. 패배감에 기인한 분노라고 할 수도 없어. 나는 분명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에 당연하다고 승복하고 있었거든.
그렇다면 대체 이 느낌은 뭐지?
어쩌면 그녀 말대로 심통일런지도 모른다.
무언가(혹은 누군가이지만 무언가같이 대하고픈)에 샘이 나서 심통부리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우 근접하지만 역시 정답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