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퇴근길에 있었던 이야기다.
사무실 친구놈과 같은 방향이기에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다.
친구놈은 자리생겼다고 바로 앉아 잠에 들어버리고,
멍하니 지하철 창밖으로 단조롭고, 반복적인 풍경-콘크리트 벽면과 형광등-을 멀뚱멀뚱 보고 있었다. 슬슬, 편하게 널직히 자리잡고 서있으면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밀려 중간쯤에 어정쩡 서있었고. 어느 역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20대 후반의 아가씨가 내 왼쪽까지 그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왔다. 늘상 있는 일이지 뭐 그런건. 특별하지도 않아.
내 오른쪽 앞자리에 자리가 생겼다. 나는 언제나 그래왔듯 "두다리 튼튼할 때 서서가자" 주의이므로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고. 그녀는 내 뒤쪽으로 스쳐지나가며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장갑 한켤레를 떨어트렸다. 물론, 보통 사람이라면 장갑을 주워들고 "저기요... 떨어트리셨는데요..."하며 건네면 끝이다. 하지만 재미없잖아?
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떨어진 장갑을, 창밖 풍경 바라볼때와 같이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장갑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 왼쪽 앞자리에 앉아있던 중년 아저씨가 일어나면서 그 장갑을 보게 되었고, 장갑을 주워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 이 장갑 누구꺼죠?" 그다지 작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녀를 힐끔 봤더니 여전히 눈치채지 못한 상태다. "대화의 심리학"(확실치는 않지만 화술(話術)에 관한 책이었다)의 독서에 열중인 채였다. 누구의 대꾸도 없는 외진 산장속 메아리처럼 공허한 표정으로 중년 아저씨는 반응없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금새 체념하고 장갑을 들어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아가씨 기준으로는 왼쪽, 왼쪽자리의 위 선반이지. "지하철의 중심에 서서, 장갑을 외치다." 영화 제목같군.
"남이사".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자꾸 눈앞에 거슬리는 장갑과, 장갑의 가출을 모르는 그녀의 표정이 측은했다. 뭔가 재밌는걸로. 그녀가 쑥스럽지 않게. 이 두가지를 잠깐 생각해보고 이내 가방에서 펜을 꺼내들었다. 지갑 안에 잠자는 명함(풉. 명함에 내 전화번호가 있었네?)들 중 한마리를 꺼내들고 적었다. "잃어버린 장갑은 왼쪽 선반 위에 있습니다." 깔끔한 글씨체로 쓰고 싶었지만, 워낙에 내가 악필인데다가 지하철이 덜컹거려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ㅤㅇㅣㅌ억머리 장값흔.."로 보이거나 하지는 않을테니.
그녀는 무릎 위에 책을 올려놓고, 그 책 위에는 두 손을 포개고 어느새 살포시 눈을 감고 있었다. 잠들었을까?
나는 강변역에서 내린다. 성내역에서 강변역 사이의 잠실철교 위를 지나며 아까의 그 명함을 그녀의 포개진 손 밑으로 찔러넣었다. 당황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뚫어지게 쳐다 보고 있으면 실례일듯 하여 그녀가 눈을 뜨는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뒤돌아 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은 열렸고, 나는 내렸다.
그녀는 장갑을 찾았을까?
명함의 내 전화번호는(풉..) 보았을까?
장갑이야 찾든말든 무슨상관이랴.
전화가 안오는데 qㅡ ㅛㅡa
사무실 친구놈과 같은 방향이기에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다.
친구놈은 자리생겼다고 바로 앉아 잠에 들어버리고,
멍하니 지하철 창밖으로 단조롭고, 반복적인 풍경-콘크리트 벽면과 형광등-을 멀뚱멀뚱 보고 있었다. 슬슬, 편하게 널직히 자리잡고 서있으면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밀려 중간쯤에 어정쩡 서있었고. 어느 역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20대 후반의 아가씨가 내 왼쪽까지 그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왔다. 늘상 있는 일이지 뭐 그런건. 특별하지도 않아.
내 오른쪽 앞자리에 자리가 생겼다. 나는 언제나 그래왔듯 "두다리 튼튼할 때 서서가자" 주의이므로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고. 그녀는 내 뒤쪽으로 스쳐지나가며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장갑 한켤레를 떨어트렸다. 물론, 보통 사람이라면 장갑을 주워들고 "저기요... 떨어트리셨는데요..."하며 건네면 끝이다. 하지만 재미없잖아?
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떨어진 장갑을, 창밖 풍경 바라볼때와 같이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장갑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 왼쪽 앞자리에 앉아있던 중년 아저씨가 일어나면서 그 장갑을 보게 되었고, 장갑을 주워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 이 장갑 누구꺼죠?" 그다지 작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녀를 힐끔 봤더니 여전히 눈치채지 못한 상태다. "대화의 심리학"(확실치는 않지만 화술(話術)에 관한 책이었다)의 독서에 열중인 채였다. 누구의 대꾸도 없는 외진 산장속 메아리처럼 공허한 표정으로 중년 아저씨는 반응없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금새 체념하고 장갑을 들어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아가씨 기준으로는 왼쪽, 왼쪽자리의 위 선반이지. "지하철의 중심에 서서, 장갑을 외치다." 영화 제목같군.
"남이사".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자꾸 눈앞에 거슬리는 장갑과, 장갑의 가출을 모르는 그녀의 표정이 측은했다. 뭔가 재밌는걸로. 그녀가 쑥스럽지 않게. 이 두가지를 잠깐 생각해보고 이내 가방에서 펜을 꺼내들었다. 지갑 안에 잠자는 명함(풉. 명함에 내 전화번호가 있었네?)들 중 한마리를 꺼내들고 적었다. "잃어버린 장갑은 왼쪽 선반 위에 있습니다." 깔끔한 글씨체로 쓰고 싶었지만, 워낙에 내가 악필인데다가 지하철이 덜컹거려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ㅤㅇㅣㅌ억머리 장값흔.."로 보이거나 하지는 않을테니.
그녀는 무릎 위에 책을 올려놓고, 그 책 위에는 두 손을 포개고 어느새 살포시 눈을 감고 있었다. 잠들었을까?
나는 강변역에서 내린다. 성내역에서 강변역 사이의 잠실철교 위를 지나며 아까의 그 명함을 그녀의 포개진 손 밑으로 찔러넣었다. 당황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뚫어지게 쳐다 보고 있으면 실례일듯 하여 그녀가 눈을 뜨는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뒤돌아 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은 열렸고, 나는 내렸다.
그녀는 장갑을 찾았을까?
명함의 내 전화번호는(풉..) 보았을까?
장갑이야 찾든말든 무슨상관이랴.
전화가 안오는데 qㅡ ㅛㅡ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