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하다는 표현이 썩 어울리는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난처한 기분이다. "나를 싫어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 하루이틀 볼 사람이라면 그냥 무시하고 마는게 내 성격이지만, 짧게는 몇달을, 길게는 1년 이상을 부딪혀야 한다. 이건 무시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
처음에는 그 사람의 원래 성격이려니 하고 이해하려 했는데, 우연찮게도 그 사람이 써놓은 글을 보게 되었다. 대략 "얼굴 마주하고 싶지 않은데, 계속 봐야 하다니. 좀 꺼져줬으면 좋겠네. 정말 싫은 사람."쯤 된다. 여기서 목적어는 안타깝게도 나다. 그래, 안타깝다. 그리고 난처하다.

나이값은 해야지. 군대도 갔다왔고. 싫은 사람 얼굴 보며 억지로 웃어대는 사회생활도 약간이나마 겪은 내가 나서야지. 나서서 오해(그런게 있다면)도 풀고, 좋은 관계로 서로 우정을 쌓아보자꾸나. 하지만 어떻게. 응? 어떻게?

도무지 그 방법이 생각나질 않아 더더욱 난처하다. 내가 뭐 잘못한게 있는건 아니고, 그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생활 일부에 끼어들게 되었기 때문에 나를 싫어하니, 내가 떠나면 그리고 다시는 얼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해피엔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 자리를 떠날 수 없다. 끼어든 것은 내가 원해서였지만, 그런 어정쩡한 자리에 서있기를 원한것은 분명 아니다. 마치, 바다 위를 표류하다 멀리 보이는 무인도에 겨우겨우 헤엄쳐 왔더니, 먼저 와있던 원주민이 "당신 싫으니 꺼지셈"하는 꼴.

술 한잔 하면서 툭 까 놓고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는데, 술은 커녕 밥한끼 같이 하쟤도 이래저래 핑계로(딴에는 적절한 변명꺼리라고 생각했을런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보이는 뻔한 거짓말들) 늘 자리를 피하는 그 사람. 어째야하나? 허어.. 이거 참.
저 같은 상황이라면 어쩌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