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강남을 떠나 인천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언제나 피곤이 가득한 승객들을 가득 실어서인지 피곤 가득한 엔진 소리로 달리는데, 나 역시 피곤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금새 그 소리에 취해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 참 기묘한 버스이다.
하루종일 우울한 상념으로 정신적 피로에 지친 나는 멍한 정신으로 창문가에 몸을 기대고 앉는다. 끊임 없이 이어지는 망상들로 잠은 오지 않는다. 어느새 버스는 긴 한숨을 내쉬며 출발하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두세자리 빼고는 만석이다. 왜 내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을까 하는 의문은 갖지 않는다. 이미 익숙한 자문이며 오래 전 부터 그 답을 잘 알고 있다. 내게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냄새가 풍겨나오는게 틀림없으니까.
다음 정거장에 멈춘 버스는 꾸역꾸역 승객을 더 태운다. 내 옆자리에는 긴 머리의 젊은 여성이 앉는다. 아마 다른 자리가 꽉 차서 더이상 앉을 자리가 없어서겠지, 분명.
이런저런 일상들을 PDA에 기록하고 있는 와중 그녀가 손에 꽉 쥐고 있는 전화벨이 울린다. 커다란 액정 덕에 무심코 돌린 시선은 "어무이"라는 세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받지 않는다. 버스는 어느새 고속도로를 들어서고, 맞은편 도로를 지나치는 자동차 불빛들을 헤아려본다. 그리고 전화는 몇번을 더 신음하다 멈춘다. 그녀는 여전히 전화기에 관심이 없다.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잠들어 있었다. 피곤에 지친 한 주일의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버스의 피곤에 취해서인지 그녀는 깊게 잠들어 있는 듯 보였다. 그러고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대어온다.
피곤의 끝에 편안함이 다가오면 그 편안함은 행복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작은 행복은 내게 미소짓게 한다.
그녀의 새근새근 숨소리도,
그녀의 머리결에서 은은히 흘러들어오는 샴푸향도,
가늘고 긴 그녀의 손가락들도,
오른손 엄지에 끼워진 묵주반지도,
왼쪽 눈썹 위의 작은 점도,
머리끈에 매달린 반짝거리는 장식도,
살짝 올라간 그녀의 미니스커트도
나를 미소짓게 한다.
하루종일 우울한 상념으로 정신적 피로에 지친 나는 멍한 정신으로 창문가에 몸을 기대고 앉는다. 끊임 없이 이어지는 망상들로 잠은 오지 않는다. 어느새 버스는 긴 한숨을 내쉬며 출발하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두세자리 빼고는 만석이다. 왜 내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을까 하는 의문은 갖지 않는다. 이미 익숙한 자문이며 오래 전 부터 그 답을 잘 알고 있다. 내게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냄새가 풍겨나오는게 틀림없으니까.
다음 정거장에 멈춘 버스는 꾸역꾸역 승객을 더 태운다. 내 옆자리에는 긴 머리의 젊은 여성이 앉는다. 아마 다른 자리가 꽉 차서 더이상 앉을 자리가 없어서겠지, 분명.
이런저런 일상들을 PDA에 기록하고 있는 와중 그녀가 손에 꽉 쥐고 있는 전화벨이 울린다. 커다란 액정 덕에 무심코 돌린 시선은 "어무이"라는 세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받지 않는다. 버스는 어느새 고속도로를 들어서고, 맞은편 도로를 지나치는 자동차 불빛들을 헤아려본다. 그리고 전화는 몇번을 더 신음하다 멈춘다. 그녀는 여전히 전화기에 관심이 없다.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잠들어 있었다. 피곤에 지친 한 주일의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버스의 피곤에 취해서인지 그녀는 깊게 잠들어 있는 듯 보였다. 그러고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대어온다.
피곤의 끝에 편안함이 다가오면 그 편안함은 행복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작은 행복은 내게 미소짓게 한다.
그녀의 새근새근 숨소리도,
그녀의 머리결에서 은은히 흘러들어오는 샴푸향도,
가늘고 긴 그녀의 손가락들도,
오른손 엄지에 끼워진 묵주반지도,
왼쪽 눈썹 위의 작은 점도,
머리끈에 매달린 반짝거리는 장식도,
나를 미소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