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력의 부족

樂書 2005. 9. 20. 22:57
머리 속으로는 오만가지 잡생각들이 내 대뇌피질의 주름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이유 없는 의무감에 나는 틈틈히 그놈들 중 하나를, 도망가는 개미를 두 손가락으로 집어올리듯 꺼내어 눈 앞에 놓는다. 자, 이제 이녀석을 어쩐다. 그것은 나에게만 보이는 잡생각이므로 타인에게도 보여지는 무언가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이 과정을 표현이라 한다. 그리고 이 욕구는 본능이다.

단언컨데, 이것은 선천적으로 부족했던 기질이다. 어렴풋한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남들보다 못한 손재주에, 남들보다 못한 글재주에, 남들보다 못한 말솜씨를 지닌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이것을 생업으로 삼거나 혹은 절대절명의 숙원으로 여기어 노력했더라면 무언가 지금 즈음 이 블로그에 커다란 장편 몇 편과 멋진 그림같은 사진들이 올라와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변변찮지만.."하고 운을 뗀 노래 몇 곡도 올라왔을런지도 모른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나마, 이나마. 하지만 내가 표현해 낸 모든것들은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어느 새 유치한 느낌이 베어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남들이 보아도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누가 뭐라 해도 표현해내리라. 그것은 나의 본능이니까.

표현하려 시도조차 하지 못한 많은 것들도 있다. 타인에게 잘 설명해주면 대신 표현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았으나, 역시나 설명해 줄 자신이 없다.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장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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