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땅을 다지고 있다.

나는 현장에서 수십년을 구르며 잔뼈가 튼실한, 끊임없이 탑을 세워오던 건설노무자이다. 뭐, 요 몇 년 동안은 휴식이 길기는 하였지만 수 없이 많은 탑들이 내 손을 거쳐갔다. 게중에는 땅부터 다져온 경우도 있었고, 땅만 다지다 끝나버린 경우도 있었고, 초석을 깔다가 초석이 두동강이 나아버린 경우도 있었고 - 이 당시 나는 다시는 탑 따위 쌓지 않을 줄 알았다. - 다 지어놓은 탑을 앞에 놓고 잠시 땀을 닦는 동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경우도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주인없는 탑 앞에 서서 내가 만든 탑인 양 우쭐대던 - 사실 이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 시절도 있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나는 나만의 탑을, 평생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탑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수 없이 많은 탑들을 세우고, 또 무너지고 - 혹은 무너트리고, 도중에 포기하기를 반복하며 깨닳은 것이 하나 있는데, "내게 젊음이라는 기회가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많은 연습을 해 두어야 한다"였다. 하늘이 내려준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모를까,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멋진 탑을, 어떠한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탑을 만든다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 그렇다면 보다 훌륭한 탑을 위해 지금은 열심히 연습을 하는거다.

그렇다고 내가 정성이 전혀 없이 되는대로 탑을 만들던건 아니었다. 그래도 몇 번은, 분명 이번 탑은 완벽할꺼라는 확신으로 모든 정성을 다 쏟아부었었으니까. 그러나 그 탑들도 지금은 내 것이 아니고 -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련이 없다. 깨끗이 포기했으니까. - 내 것일 수도 없고, 그래서 내 것이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후회 또한 하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고, 경험했으니까. 가령 초석이 없이는 아무리 지반이 튼튼하다 할지라도 쉽사리 무너진다는 당연한 사실 조차 예전의 나는 몰랐으니까. 초석이 튼튼하다 할지라도 땅을 잘 다져야 탑도 기울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탑이 기울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뒤라서 실망스럽기까지도 - 그런 기본적인 사실 조차 몰랐던 내 자신을 향한 - 했지만.

나는 이제 또 하나의 탑을 쌓으려 한다. 갈고 닦은 실력으로, 탄탄한 경험을 토대로. 얼마나 멋진 탑이 될런지, 얼마나 내 자신에게 어울리는 탑이 되려는지 나는 아직 모른다. 먼 훗날 "이 탑이 아니야"하는 후회가 들지 않도록,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그저 나는 내 모든 정성을 쏟아부을 것이고, 내 온몸으로 지켜낼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25일 동안 땅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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