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는 분명 다르지만 문득 예전의 일들이 떠올랐다.
남자친구와 다퉜다는 내 옛 여자의 투정에 끄덕이며, 그래도 그의 행복이 마냥 부러웠던 시절.

그래, 너는 그녀와 싸울수도 있구나. 부러울 뿐이다.
그저 끄덕거림밖에 해줄 수 없는 나로서는...

뭐,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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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감의 박탈

樂書 2004. 11. 29. 23:50
나의 나라인줄 알았으나
나의 미래인줄 알았으나
나의 여자인줄 알았으나
나의 자신인줄 알았으나
심지어 내가 만든 관념 마져도

내것이 아니었다.
그런 착각만이 나의 것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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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s Nose를 마시며

樂書 2004. 11. 28. 21:11
비록 맛없는 캔맥주와 맛없는 쥬니퍼 드라이진일지라도, 독스 노즈에는 예전과 같은 매력이 있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것을 깨닳게 되었다.

언제나와 같은, 결말의 시작이 불분명한 그런 결말이었다.
감정의 변화만이 유일한 변호수단.
언제나와 같은, 변명인데 뭐가 그리 서러울까.

Servatis a pereculum.
Servatis a malefic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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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 교리를 배척한다.

2. 헌금/헌물을 장려한다.

3. 종교행사 참여를 권장 또는 강요한다.

4. 선교는 과정론 보다는 결과론적으로 인정받는다.

5. 사후 세계(영생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는 생명체의 본능과 매우 유사하다.

1. 타 개체를 배척한다.

2. 양분을 섭취하고자 한다.

3. 공동체를 구성한다(위의 예와 꼭 들어맞는 사항은 아니다)

4. 더 많은 개체수를 보유하기 위해 번식한다.

5. 죽음을 두려워한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생명체가 위의 예 같은 본능들을 지니지 않았으면, 지구상에 생명체는 이미 없다. 극단적으로, 모든 생명체가 양분섭취를 원치 않고, 개체 보존을 원치 않는다면 조만간 그 개체는 멸종하게 될 것이다.
수천년 된 종교가 아직까지 버티는 것은 이러한 생명 본능의 원리와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생명체의 본능과 유사한 특성 때문에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정 개체군의 집단이기주의는 그 개체의 멸종을 부르는 주된 원인이 된다. 종교인들이여. 그러니, 비종교인들의 인권쯤도 존중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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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을 많이 하면 다음 생에도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고, 깨닳음을 얻으면 부처가 된다는 윤회설은 어디까지나 그 당시 사람의 기준에서 판단한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만약, 가난한 집에 태어나 가정환경을 비관하여 비행을 일삼는 인생이었다면, 선행보다는 악행이 월등히 많으므로 다음 생에는 사람이 아닌 개 쯤으로 태어날 것이다. 허나 운좋게도 부잣집 애완견으로 태어났다고 가정하자. 그 사람(아니, 개)는 다음 생에 또 다시 사람이 되길 원할까? 나같으면 개다. 두번 생각 안해도 부잣집 애완견이 되는 편이 훨씬 낫다.
혹은 위의 환경에서도 착실히 선행을 쌓되, 그다지 많은 선행이 아닌 경우 부잣집 애완견으로 태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지간한 선행으로 개가 되는 것인가?


또는 이런 가정도 해볼 수 있다. 개만도 못한 인생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그래도 인간이 좋은 것이라는 명제는 오래 전 부터 거짓이었다.

p.s
미천한 소생이 감히 견공님과 인간따위를 비교하는 대죄를 범했습니다. 목숨만은 살려주시옵소서.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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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규명

樂書 2004. 11. 23. 01:55
돌연 사망한 고인의 사인을 분석하기 위해 우리는 가능한 고인의 사체를 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부검을 실시하였습니다만 뜻밖의 결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직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그의 사인은 후천성 작문 결핍 증후군이라 불리우는 극심한 글고픔으로 인한 아사입니다.



잠시 먼 곳에 다녀왔습니다. 해서 최근 몇 주간 아무런 글도 남길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런 곳에 있었으니까요. 물론, 몸은 이곳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곳에 없었습니다. 아, 결코 바빴다는 핑계가 아닙니다. 그곳에서는 글을 쓸 수 없는 환경입니다. 저는 그런 곳에 있었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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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작성. 지운다. 다시 작성. 몇글자 더 지우고 다시 고쳐 쓴다.

내용...
무언가 주저리 주저리 적는다. 중간중간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를 잊어버려 다시 처음부터 읽어본다. 역시 두서없는 글이다. 지우고 다시.
무언가 주저리 주저리 적는다. 중간중간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를 잊어버려 다시 처음부터 읽어본다. 또 두서없는 글이다. 지우고 또다시.
무언가 주저리 주저리 적는다. 중간중간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를 잊어버려 다시 처음부터 읽어본다는걸 깜빡하고 계속 써 내려간다.

그리곤, 무언가 생각한다. "이게 아니야..." 그리고 Alt + W
"앗....!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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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집을 나서며.

樂書 2004. 11. 8. 13:07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시간, 알람을 끄고 따뜻한 이불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갔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시간, 시계를 힐끗 보고 놀래 일어났다.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이겠군.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온도의 물로,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내 몸을 샤워시키고.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인사말로 집을 나선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출근알바길. 불현듯 낯설음을 느낀다.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감도, 신호등의 깜빡거림도, 지하철 옆자리 승객도, 심지어 내 뱃속의 소화중인 음식물들(어제 밤 먹은 소주 반병과 족발)마져도 내것이 아닌 듯 낯설음이 느껴진다.

2004년 11월 8일.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날, 여느 때와 다른 나를 느끼고 혼란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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