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書'에 해당되는 글 270건

  1. 2005.04.08 새벽녘 낙서
  2. 2005.04.08 내게 있어 "블로그"라는 행위
  3. 2005.04.07 매일 아침 여섯시 4
  4. 2005.04.04 흔히들 범하는 오류 1
  5. 2005.04.02 in his eyes
  6. 2005.03.24 봄 눈에 관한 의문 2
  7. 2005.03.23 고통의 정도 3
  8. 2005.03.16 거칠은 바다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다 2

새벽녘 낙서

樂書 2005. 4. 8. 12:01
언젠가처럼 무척이나 글이고픈 새벽이다. 짙은 밤안개가 자욱한 밤이다. 그 언젠가처럼.

구멍뚫린 공복감에 하루키의 소설을 떠올리던 그 언젠가이다. 지금은 그 언젠가와 분명 여러가지로 다름이 분명하다. 자명하다. 하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 기억의 도화지를 꺼내 스케치해가는 내 모습은 그 언젠가가 아닌 그 언젠가와 정확히 일치한다. 정밀히 상통한다. 그래. 단지 공복으로 인한 글고픔일 뿐이다.

또 다시 내 어휘들은 머릿속에서 뒤엉켜 좀처럼 풀려나오질 않는다. 어쩌면 어떠한 언어로도 그것을 표현할 수 없을런지도 모른다. 그 어떤 표현도 표면적일 뿐이고, 그 어떤 수식어도 사치일 뿐이고, 그 어떤 꾸밈도 낄 자리가 없다.

너무 무겁다. 그 중량감이, 현실적 밀도감이 손으로 한 움큼 쥐어진다. 그리고 손가락 사이로 바스락거리며 흘러내려간다.

언제나처럼 내게 주어진 "운"을 시험해 보아야 하나. 그 운명을 기다려야 하나. 아직 때가 아닌 것인가.

오늘밤도 별빛은 바람에 스치우는데 죽은 시체들까지 사랑해야 하는 것인가.

200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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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내 키만한 크기의 붓을 들어

내 머리만한 크기의 잉크병에 그 끝을 적신다.

17" 하얀 도화지 위에

생각나지 않는 기말고사 주관식 문제의 답처럼

간헐적으로 무언가 적다 이내 지워버린다.

무언가에 빙의된 듯 무언가를 적어내려가다 보면

어느덧 잉크는 말라버리고

어느덧 붓 끝은 바스락거리며

알 수 없는 문자들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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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여섯시

樂書 2005. 4. 7. 06:05
매일 아침.
핸드폰은 무의미한 모닝콜 알람을 울린다.
이젠, 그것을 끄는 내 손도 무의미하다.

나도 알람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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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이 바뀌셨네요?"

같은 직종이라도, 같은 직장이라도 하는 일(보직)에 따라 바쁠 수도 있고, 널널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어렸을 때에는 미쳐 알 지 못했다. 같은 일(광범위한 표현이지만)을 하는 사람들은 같이 바쁘고 같이 불사르고, 같이 쉬는줄 알았다. 기껏 해야 3교대 직종처럼 근무 시작 시간만 다를 것이라고, 당연히, 아주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군대에 가면서 자연스레 당연히, 아주 당연히 틀린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슷한 계급의 비슷한 위치라 해도 보직에 따라 낮에는 일이 없고 새벽에만 경계근무 하는 사람도 있었고, 낮에도 밤에도 빈둥대며 자리만 지켜도 경계근무에서 빠지는 사람도 있었고,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간부 아들래미 숙제 대신 해주고 새벽에는 경계근무서는 사람도 있더랬다.

'밤낮이 바뀐게 아니라, 밤낮이 없는겁니다.'
비슷한 직종에 비슷한 직장에 비슷한 월급을 받는 사람에게, 위의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이런 말 해 봐야 달라지는게 없다는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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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his eyes

樂書 2005. 4. 2. 08:54
[Lucy] 창가에 앉으면 어느 새 흘러 내리는 눈물
하늘 바라보며 무심히 내뱉는 한숨 [Emma]
[Lucy] 난 그대를
함께한 [Emma]
[Lucy] 생각해 그대를
즐겁던 [Emma]
[Lucy] 한때 그 시간 [Emma]
그의 눈 내가 본 그의 마음 그의 눈 [Emma]
[Lucy] 조용히 빛나던 그의 눈 그 안의 웃음 짓던 나
꿈결처럼 나를 안고 [Emma]
[Lucy] 이 순간이 영원토록
그이의 눈에서 먼 훗날을 기약하네 [Emma]
[Lucy] 그이의 눈에서 힘들었던 지난 날을 지우네
그의 눈은 나에게 내일을 말해 [Emma]
[Lucy] 나는 그의 눈빛으로 사랑을 해
그의 눈 빛에서 [Emma]
[Lucy] 깊이
눈으로 말하는 [Emma]
[Lucy] 깊이
간절한 목소리에 [Emma]
[Lucy] 취해버려 [Emma]
어쩌다 사로잡힌 걸 내 맘이 [Emma]
[Lucy] 언제나 사랑해 말이나 해볼껄 진심을 솔직히
사랑하고 있다면 [Emma]
[Lucy] 참아내라고
[Lucy] 그의 눈이 말을 하네 그의 눈빛이 [Emma]
사랑할 수 있다면 [Emma]
[Lucy] 견뎌내라고 [Emma]
그의 눈이 [Emma]
[Lucy] 말을 하네 그의 눈빛이 [E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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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눈에 관한 의문

樂書 2005. 3. 24. 12:54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 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설레여 하거나, 첫 눈이 온 날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하지만 왜. 왜, 그 겨울의 마지막을 알리는 봄 눈을, 마지막 눈을 기억하려 하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처음이 중요하다면 적어도 그만큼의 중요도를 마지막도 지니고 있다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건 잘못 된 논리일까?



쌓이지 않는 마지막 눈발 속에서 희미하게 비춰지는 내 모습을 보고 생긴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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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정도

樂書 2005. 3. 23. 16:28
손톱 옆에 툭 튀어나온 살을 무심코 쭉 잡아 뜯다가, 멀쩡한 살까지 뜯겨버려 분홍 빛 속살이 보이고 이내 피가 고여가며 금새 검붉게 변해버렸을때. 그때 그 순간의 고통을 떠올려봐.

그때보다 조금 더 아파.



jekyll and hyde OST - in his eyes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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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싱싱한 물고기를 잡기 위해 여러개의 낚시대를 드리운다. 바다는 소리없는 파도로 몹시 거칠다.

물은 혼탁하여 물고기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선천적인 직감력으로 그들을 볼 수 있다. 뭐, 그런 상황이다.
담백하고 야들야들한 어린 물고기 한마리가 미끼로 걸어놓은 갯지렁이에게 다가와 말을 한다. "내가 먹기엔 이 갯지렁이는 너무 늙은걸". 물고기는 유유히 물살을 헤치며 지나간다. 그리고 그 물고기는 이내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다른 찌들은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다.




거, 참.. 기분 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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