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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력

Free 2006. 1. 3. 11:17
짧은 어휘력 덕에 그걸 무어라 부르는지 잘 모르겠으나(역시 순도 99.99%의 공대생!), 내게는 "이성과 처음 대면하는 자리에서 마땅히 내세우거나 척 보면 한눈에 뜨이는 매력"이 없다. 보통, 간지가 좔좔 흐르는 외모를 지닌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 할 필요 자체가 없겠지. 돈이라도 많으면 머리 부터 발 끝까지 럭셔러리로 도배라도 하면 뭔가 눈에 확 들어오는게 있겠지. 머리가 좋고 말이라도 잘하면 순식간에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상대를 점점 자신에게 빠져들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내게는 그러한 것들이 없다. 아쉽게도 말이지.

하루 종일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던 길에, 불현듯 나를 슬프게 만들어버린 그 "나라는 놈의 매력은 과연 무언가"라는 자문은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내 발걸음을 점점 더 무겁게 해주었다.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며 산다고 한들, 무언가 매력이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몰랐던 매력의 한 부분을 깨닳게 되는것도 아니고, 매력같은거 없어도 상관 없으니 그저 내가 좋다고 쫓아다니는 여자가 생기는것도 아닌데 말이다. 발걸음은 점점 더 무거워 진다.

그러고보니 내게도 매력 하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나에게 마음이 넘어온 여자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며, 나에게 넘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눈에 뜨이는 매력이 있어야만 한다는 아이러니 때문에, 결국에는 지금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고 증명해보일 수 없는 매력이니 아쉽기만 하다. 그건 마치 돈이 없어 살 수 없는 최신형 핸드폰에 어울리는 핸드폰줄만 가지고 있는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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