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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1 스파이더맨 따위 부럽지 않아 10

지지난주든가 사무실 근처(실외)에서 거미 한마리를 발견했다. 몸길이만 5cm는 될듯한 녀석인데, 배 부분에 노란 줄무늬가 강렬하니 인상깊다. 그래서 키우기로 결정.

그렇다고 어디 가두거나 그렇게 키우는건 아니고, 그냥 매일매일 인사하며 안부나 살피는 정도. 이녀석은 거미줄이 촘촘하지 않고 듬성듬성이다. 집모기 정도는 유유히 지나쳐갈 정도로 헐겁다. 보통 다른 거미가 그러하듯, 이 거미도 자기 집 가운데에 버티고 서서 먹이가 걸리기를 기다리는데, 뻗는 다리가 예사롭지 않다. 위로 두쌍, 아래로 두쌍의 다리를 모아서 매달려있기 때문에 조금만 멀리서 지켜보면 딱 X자 모양이다. 거미줄 중심부 부근에서 지그재그 형태의 두꺼운(여러겹의) 거미줄로 보수(아무래도 보수나 강풍에 대비 말고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기 어렵다.)하는게 특징적이다.

이런저런 곤충들 잡아다 줘 봤는데, 뭐든 다 잘먹는것 같다. 심지어 쥐며느리도 녹여(색이 변하는걸 보니 거미줄로 주머니를 만들고 소화액을 집어넣은 후 방치한듯)먹드라. 대단한녀석. 오고가며 벌레 한두마리씩 잡아다가 던져주면 잽싸게 달려와 여러겹(수십~수백가닥은 됨직한)의 거미줄을 똥꼬(정확한 기관명칭을 모르니)에서 뽑아내 둘둘 감는데 어찌나 이쁘던지...

5일간의 휴가 뒤에 보니 빵빵하던 배가 줄어들었다. 옆에는 아무래도 알인듯 싶다. 어쩐지 터질듯한 배를 가지고도 낼름낼름 잘도 먹는다 했더니... 알집 주변이 녹색인건, 아무래도 방아깨비를 많이 잡아다줘서는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체 이녀석, 이름은 뭘까?

뒤적거려보니 이녀석은 호랑거미. 알은 원래 녹색을 띄는 거미줄에 쌓여있는거구나.


▶◀지못미. 2008년 9월 16일 사망 확인. 배가 많이 꺼져있는걸로 추측컨데 아사한듯. 매일같이 커다란 먹이를 잡아다주니 이녀석 안일하게 생각했나? 사냥의 본능을 몇일만에 잊어버렸나? 추석의 연휴가 너무 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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