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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8 골수 검사의 고통, 그리고 배우 최강희. 8

한 20년 전 일이다. 이러저래 일이 있어서 골수검사를 한 적이 있었다. 입원할 때 한번, 그리고 퇴원 전에 한번. 정확히는 첫번째 검사 결과에서 입원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거고, 두번째 검사 결과 퇴원할 수 있는 상태라서 퇴원한거지만, 아무튼.

얼마 전 배우 최강희의 골수 기증에 관한 기사를 보고, 그녀의 반응에서 무척이나 놀라고 말았다. 어쩌면 배우니까, 공인이니까 빈말이라도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을 했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내 경우엔 내 골수를 건드리는건 두 번 다시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고통으로 기억되는 시술이다. 게다가 검사용으로 뽑아내는 골수의 양과 이식용으로 뽑아내는 골수의 양은 차이가 있을 것이고, 그 차이만큼 시간도 더 걸릴 것이고, 즉 더 오랜 시간 고통 속에 몸부림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선뜻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해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모른다. 처음 골수 검사를 받을 때는 내가 뭘 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저 병원 응급실 침대에 옆으로 누워 있었을 뿐이었다. 옷을 걷어 올리고, 바지를 내리고 등을 내보였다. 보통 다른 주사와는 다르게 알콜 소독 후에 아주 차가운 느낌이 드는 연고를 넓게 바른다. 잠시 뒤 몇몇의 의사(레지던트겠지)와 간호사들이 다가와 내 팔과 머리, 다리, 허리를 꽉 잡아 누른다. 왜 그런 자세가, 그런 간호사들의 도움이 필요했는지는 주사 바늘이 꼽힌 직후부터 알 수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고, 무의식 중에 눈물이 흘렀으며 몸부림 치면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은 귀로만 들릴 뿐 내 의식까지 닿지 않았다. 그 상태로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대못같이 굵은 바늘이 내 꼬리뼈에 닿아있는 느낌은 뭐랄까... 말 그대로 싸늘한 느낌이다. 그 싸늘함은 두꺼운 바늘이 살을 뚫는 통증보다 더 고통스러운 느낌이다. 더군다나 골수라는게 혈액처럼 쑥쑥 잘 나오지도 않는 것이라, 시술하던 의사는 조금씩 조금씩 주사바늘을 당기며 주사기를 움직였는데, 바늘이 뼈를 긁는듯한 느낌 또한 기억에서 잊고 싶은 고통이다. 골수 검사의 성격 상 마취는 할 수 없으니 나는 그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퇴원 몇일 전에 했던 골수 검사는 나로서는 정말 곤욕스럽기만 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울 지 뻔히 알면서도, 퇴원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검사를 해야만 했으니까. 두번째는 그랬다. 웃으며 주사실에 들어가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검사용 골수를 다 빼내고 바늘이 뽑혀 나갔을 때는 그 상태에서 탈진한 듯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요새는 기술이 많이 발전했으니 전보다 더 고통이 덜한 방법으로 골수를 빼낼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골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마취 방법이 개발되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도 골수를 빼낸다는 시술은 정말 크나큰 고통이며, 그런 과정을 선뜻 또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그녀의 용기에 정말 끊임없는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주고 싶다.

최강희. 그녀는 얼굴도 이쁘고, 마음도 이쁘고... 스타만 아니라면 정말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좋은 아가씨다. 아, 내가 어쩌기엔 나이가 좀 많구먼...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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