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매니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12.08 의외의 곳으로부터 온 전화 8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내 핸드폰으로 가끔씩 광고전화가 온다. 내 이름이나 몇가지 개인 정보들을 알고 있는게 신기할 뿐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결혼정보 업체에서도 종종 전화를 받고 있다.

난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이전에 말했던 선관위를 미워하지 않는 이유와 같은 셈이다. 상담원에게 화를 낸다고 해서 해결(다시 전화가 안온다거나 하는)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좀 더 윗선을 바꿔달라고 해서 - 성공한다면 - 화를 낸다면 모를까. 하지만 이런 방법도 불운한(나에게 전화를 했다는 이유 하나로) 상담원에게 해가 될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친절히 전화를 받고 겸손하게 사양하고 전화를 끊는 편이다. 마지막 인사는 늘 "좋은 하루 되세요".

그제도 모 결혼정보 회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꽤나 어려 보이는 상담원(아마도 커플매니져)이었는데, 적당한 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마침 무료했던 탓으로 조금 잡담이 늘었다. 그리고 습관처럼(이게 나의 습관이라는 말은 아니다) 나온 말들로 그녀를 떠보기 시작한다.

오늘 눈이 왔는데.. 보셨나요?

당황한 그녀는 1초정도 침묵을 지키다 미소띈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리고 이 질문을 시작으로 몇가지 잡담이 오고갔고 그녀는 나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간다. 아이 재밌어라. 그리고 마지막은 늘 그렇듯 "좋은 하루 되세요".

남자친구가 없는 27살의 안양사는 그녀는 여의도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직업에 대한 캐리어career는 강하지만 경력은 그리 길지 않다. 그녀의 여린 마음은 아마도 그녀의 지금 직업에 가장 큰 약점이 될 것 같다.

어제도 눈이 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문자를 받고, 답문을 보낸다. 지극히 사적인 통화를 하지만 일(새 고객의 가입)이라는 이름의 두꺼운 벽을 앞세우고 있다. 어디 문이 있을런지, 아니면 그저 두꺼운 콘크리트 벽일런지는 아직 모르겠다. 나 역시 모호한 대답으로 적당히 회피하고 있지만 어디까지 숨길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결론은 두가지. 내가 지금 뭐하자는건지? 그리고 이젠 어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