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kiri의 Oper이다. Chanserv의 #kiri 채널의 Level 500 User이다. 한아이알씨(irc://irc.hanirc.org)와 단군넷(irc://irc.dankun.net) 모두 다 마찬가지이다.

끼리는 내게 있어 많은 추억을 안겨다 준 서비스이다. 많은 사람들 역시 끼리 안에서의 나를 통해 그러한 추억을 만들어갔을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나만의 착각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kiri의 서비스는 죽었다. 회사의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사장되었다. 지금은 스패머 뿐 아무도 방문하질 않을 것이다. 안타깝다.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담겨진 곳인데, 많은 사람들의 행복이 모였던 곳인데 지금은 그저 서버만 살아있을 뿐,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
irc의 #kiri도 마찬가지이다. 한참 인터넷 방송이 이슈화 되었던 1999년 부터 2002년 무렵 까지의 #kiri는 어느 채널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공간이었다.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잡담이 있었고, 방송과 관련한 기술적 질문들이 많이 오고가던 곳이었다. 내게 있어 #kiri는 irc의 시작이었으며, irc의 모든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은 나를 포함한 이 모든것을 변화시켰다. 언제나처럼, 당연스레 있어왔던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끝끝내 남은건 나와 내 봇탱이 뿐.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조용한 채널을 나는 그렇게 5년을 버텨왔다. '내가 왜 이 채널에 신경써야 하는걸까'하는 생각도 자주 들었지만, 가끔씩, 가끔씩 찾아주는 반가운 손님들을 맞이하는 나의 모습에서 일종의 보람을 느꼈다. 매우 낯선 느낌의 보람이다.


그리고 오늘 좀 더 낯설은, 좀 더 따뜻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내가 버텨온 5년의 지킴에 의미가 생겨간다.
[18:42] <Ra> 종종 들러서 옛날 이야기나 해요
[18:42] <#######> 네~
[18:43] <#######> 나무처럼 같은 자리 지켜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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