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에 대한 생각

Free 2007. 9. 21. 01:36
한때는 나도 야근을 참 줄기차게 했었다. 근 한달여를 쉬는 날 없이, 매일 20시간씩 일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아무리 야근이라는 근무 형태가 IT산업의 일반적인 형태라 하더라도, 나의 야근은 도가 좀 지나친 형태의 것이었다.

야근을 줄이는 기발한 방법들 (방백(aside))이라는 포스트를 보니, 이대로만 된다면 야근이라는거 뿌리뽑힐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쎄. 과연 야근이 꼭 해서는 안되는 것인가?

일이 없는데 야근을 한다는건 참 바보같은 짓이다. 그건 당연하다. 그리고 한사람이 일과시간 내에 할 수 없는 분량을 지시해서 발생되는 야근도 물론 문제이다. 하지만 모든 야근이 다 안좋다는건 잘못된 생각이다.

내 경우, 야근을 하는데에는 두가지 원인이 있었다. 첫째, 일에 대한 열정. 누가 시켜서 한것도 아니지만 나는 줄기차게 일을 해댔다. "완료"라는 구분선이 따로 없던 형태의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나의 일을 사랑했고, 몸이 제대로 움직여주는 한계까지만큼은 모든 생활이 일이었다. 이런 나의 야근을 누가, 어째서, 왜 막으려 하는가?
두번째 원인은 나의 무능 때문이다. 남들 같으면 1시간이면 충분한 일을, 나는 서너시간씩 붙잡고 있었더랬다. 그래, 우수한 인재가 사회에서 살아남고, 나같은 컴맹은 도태되는거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는 한시간 분량의 일을 한시간 이내로 끝내고, 휘파람 불며 칼퇴근해서 가정에서 멋진 아버지/남편/자식으로 살 수 있는거다. 그리고 나같은 능력없는 인재들은 불법야근 벌금으로 사비 지출하고(능력이 부족해 야근해야한다는걸 그 누가 공개적으로 알리고 다니겠는가?), 짤리지 않기 위해 야근만 해대다가 가정에서 멋지지 못한 아버지/남편/자식으로 살아가야한다는거다. 참 인도주의적이구나.

어떤 업종에서든(특히 IT쪽에서) 야근하는 문화는 바뀌어야한다. 하지만 야근이라는 근무형태는 어디까지나 자율에 맡기어야 할 것이지 강압적으로 부과하거나 금지해서는 안될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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