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몽

Free 2008. 4. 23. 17:04

"자. 이제 이건 당신의 것이에요."

눈부시게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그는 나에게 한아름의 바구니를 건넨다. 하얀 옷소매 끝자락엔 하얀 손이 가냘프게 무언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 있지만 그다지 무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눈이 너무 부신 탓에 그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혹은 그가 아니라 그녀인지 조차도 알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의 음색으로 미루어보건데 분명 그가 입고 있는 옷 만큼이나 새하얀 미소를 환하게 짓고 있으리라.

양 손으로 가득 품어 안아야 들어올릴 수 있는 커다란 바구니에는 알록달록한 실타래들이 잘 익은 과일처럼 놓여져있다. 이 실타래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하고싶어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봄날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누워있을 때 처럼 알수없는 포만감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실이라는것은 직물의 재료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색의 실이니 아름다운 직물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상황이다. 어떤 천을 만들 지, 또 그 천으로 어떤 옷을 만들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있으나, 지금 - 혹은 오늘 당신에게 주워진 기회는 분명 아름다운 실타래 뭉치처럼 먼 훗날 소중한 인연, 연줄이 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일요일, 아름다운 강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