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취조실. 습한 내음은 분명 찌든 땀의 냄새일 것이다. 자욱한 연기를 비추고 있는 조명등 하나를 제외하면 누구라도 극도의 공포를 느낄만큼의 적막만이 가득 차 있다.
-자네 이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아는가?
검은 옷의 사내는 길게 재만 남은 담배를 비벼 끄며 묻는다.
"그들이 오고있다."
끝을 흐리며 대답한 그는 희고 두꺼운 천으로 둘러쌓인 옷을 입고 있다. 양 손은 수갑이 채워져 있고 어두운 표정의 두 눈은 시선을 고정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계속 그렇게 취조에 협조를 안할텐가?
"그들은 곧 올 것이다.."
-자네 이름이 뭔가?
"매우 큰 힘이다..."
-사는 곳은?
"우리는 피해야한다...."
-이거 완전 꼴통이구만!
"우리에겐 힘이 없다....."
-대체 아까부터 계속 헛소리만 하는데 말이야,
"피할 수 없다......"
-자네, 자폐증이라고 들어 봤나?
"하지만 우리는 피해야 한다......."
-정신병원이든 어디든 쳐박혀서 좀 썩어봐야 정신 차리겠어?
"그가 오고있다........"
-아니 이런 미친새끼가!!!
그리고 지구는 멸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