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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5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 4

생각해보렴.

어느 특이한 세계가 있다고 치자. 그곳의 사람들은 다들 시력이 매우 안좋아. 태어날 때 부터 선천적으로 안좋은거지. 어느정도냐 하면... 자기 손바닥조차 구별할 수 없을 정도. 상상이 가? 그래도 다행이 안경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안경만 쓰면 이곳의 우리처럼 온전한 시력을 가질 수 있다나봐. 그런데도 불행한 점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안경점까지는 꽤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거지. 한... 20년은 가야할 만큼 떨어진 거리라나봐. 게다가, 사람마다 시력의 편차가 크고, 성인이 될 때 까지는 시력이 들쑥날쑥 끊임 없이 변한다나봐. 그런 이유로 안경을 미리 사놓는다거나, 남의 안경을 빌려 쓴다거나 하는건 불가능해. 그래서 그곳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안경점으로 출발하나봐. 그래야 그 아이가 성인이 되면 자기 시력에 딱 맞는 안경을 비로서 쓸 수 있게 되는거지.

아이에게는 바로 자기 눈 앞에 있는 사물도 구분하지 못하니까 누군가 그 애들을 도와줘야 하지. 너희들도 눈감고 거리로 나선다고 생각해봐. 아마 몇 발자국 못 걷고 두려움에 빠져서 꼼짝 못하게 될껄.

어릴때는 그 아이의 부모님들이 아이를 엎고 가지만, 아이가 커버리면 무거워서라도 오래 엎지 못하지. 그맘때 쯤이면 부모님 대신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안경점으로 향해 길안내 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그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걷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바닥에 걸려넘어질만한 돌뿌리는 없는지, 혹시라도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히지는 않을런지 늘 확인하시는 분들이시지. 낮에는 선생님들이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길안내를 해 주시지만, 해가 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걸을 수 없어. 그러면 해가 진 밤에는 부모님이 불침번을 서주시는거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실수로 아이와 부딪히지 않도록말이야. 아이들은 부모님의 보호 아래, 선생님들의 안내를 받아 안경점에 도착하면 자기 시력에 꼭 맞는 안경을 쓸 수 있게 되는거야. 그 안경만 쓰면 맑고 또렷하게 보이는 세상 속에서 마음껏 뭐든지 할 수 있게 되는거야.

그런데도 선생님 손을 뿌리치고 이 길이 아니라고 소리치는 아이들이 있지. 밤에 몰래 일어나 혼자 뛰다가 벽에 부딪혀 크게 다치는 아이들도 있고. 어디서 주웠는지 쌍안경을 눈에 들이대고 세상이 너무 잘 보이니까 안경따윈 필요 없다는 아이들도 있어. 어때? 너무 우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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