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일이다. 매우 어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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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일이 많은 하루였던 어느날이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작별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길이었다. 나는 지금도 왜 그때 "바래다줄께"라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걸어서 편도 30분은 걸리는 거리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정확치는 않지만 아마도 학교이야기, 친구들이야기, 그리고 찾기 어려웠지만 우리 둘의 공통 관심사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걷고 있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멀뚱하니 청색 신호만 기다리다 내가 말했다.
"내게 너무 잘해주지 마."
그녀는 동그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왜?"
"나는 생각이 좀 단순해서... 누군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주면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줄 알고 착각한단말이야."
신호가 바뀌었고 나는 걸음을 뗐다. 왜 내가 이런 말을 꺼냈는지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모른다.
횡단보도를 걸으며 그녀는 말했다.
"착각하지마."
나는 크게 웃었고, 그녀는 살짝 미소지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해 못하셨다면 대략 낭패. qㅡ _ㅡ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