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녀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둘이서 한참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마셔댔던 날이었으니까. 새벽 두시쯤 되었을까?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주던 와중에 그녀가 꺼낸 말은, 아니 내지른 외침은 아직도 내 가슴 속 한켠에 비수가 되어 박혀있다. 수 년이 흐른 지금도 그녀를 볼 때 마다 가끔 그 생각이 난다. 하지만 지금 행복한 그녀를 위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할 나를 위해 나는 이 이야기를 그녀에게 끝내 해주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된 나를... 너만이 나를 깨끗하게 해줄 수 있어"

그녀의 첫사랑이 나였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대번에 알 수 있었고, 오래 생각지도 않고 나의 행동은 결정되었다. 어쩌면 그 결론은 그녀를 만나기 전 부터 운명지어졌던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미소지으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리 내가 막나가는 놈이라 하더라도 내 인생에 남자다운 로맨스 하나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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