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있었다.
그는 희미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그를 느끼기 힘들었지만,
난 그의 존재를 분명 직감할 수 있었다.
내가 잠시 신경쓰지 못할때마다 그는 슬그머니 모습을 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를 피해 숱한 갈래길을 선택하며 도망쳐갔다.
나는 너무 미천했기에 그와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저 최대한 멀리 도망가기에 급급했을 뿐.
이제 내 뒤는 절벽이다.
앞에는 그가 확연한 모습으로 나를 주눅들게 하는 - 누구라도 그렇지만 - 거대한 손을 내게 내민다.
나는 고민한다.
내 뒤는 없다.
그는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