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천체관측'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4.17 예전의 행복은 다시 올 수 없는가 8
  2. 2008.06.25 별을 본다는 것 4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꽤 오래전 일이 된 듯 싶으니 말이다. 기회만 닿으면 무작정 눌러대던 셔터질이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손댈 수 없었다. 별과 사진을 끊은게 언제쯤이었더라... 아름다운 것을 보면 소유하고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잖는가. 아름다운 밤하늘은 소유할 수 없으니, 가슴 속에다가만은 부족하니, 사진으로나마 남기려 하는 것 역시 인간의, 그리고 나의 본능이잖는가.

북두칠성

ISO 1250, F2.8, 1". 이게 내 Sony DSC-S730의 노출 한계

어줍짢은 장비면 어떤가. 저장할 가치도 없는 퀄리티면 어떤가. 그저 "담아두고 싶다"라고 하는 맹목적인 내 본능에 충실할 뿐이니까. 뭐, 기회가 닿으면...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다시 시작하면 되는거니까. 밤하늘의 별이 어디 도망가지 않듯, 나 역시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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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본다는 것

Free 2008. 6. 25. 22:10

난 어려서부터 밤하늘 별을 보는걸 참 좋아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아니 조금은 더 큰 열정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힘들고 지칠때면, 그래 가끔 하늘을 보는거다. 누군가의 시 처럼. 그렇게 밤하늘을, 그리고 그 안의 별을 본다는건 정말이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아무런 준비도 필요 없고, 딱히 큰 노력이 필요한것도 아니다.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준다고나 할까. 그런 점 역시 내가 별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할까 조금 망설이다가 "아마추어천체관측입니다"하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대체 무엇입니까?"라고 되묻는다면 그냥 웃어 넘기는 경우가 더 많다. 자세히 설명해줘도 내가 즐기는 영역을 이해시키기도 어렵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야기들로 설명해준다면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왜곡하게 되어버리는 꼴이니까. 그래, 세상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별이 좋으니까.

미자르님의 포스트를 읽다가 "열정만으로는 별을 볼 수 없다"라는 문구를 보았는데, 글의 주제와는 상관 없겠으나 이 문장 하나만으로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별을 본다"라는 의미를 달리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관점에서는 "열정만으로도, 아니 열정이 없더라도 별은 볼 수 있다"이니까. 돌이켜보면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제명당한것도 그런 관점의 차이를 서로가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게 큰 이유 중 하나일테지.

요컨데, "아마추어 천체관측"이라는(조금은 거창한듯 보이는) 말은 "별을 본다"라는 관점과 "별을 느낀다"라는 두가지의(혹은 내가 모르는 영역이 있다면 그 이상) 관점으로 나뉘어지는것이다. 어두운 천체(deepsky)까지 관측하기 위해서는 육안만으로는 힘들고(당연히!) 어지간한 장비 역시 육안으로 보는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카메라를 통해서 본다면 육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들까지도 볼 수 있으니 장비의 도움이야말로 필수라고 하겠다. 하지만 별을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그것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무수히 많다면 효과가 더 좋겠지만)을 보면서 별들이 속삭이는 이야기들을 듣는것이다(보는것이 아니라). 그렇게 그 평온함을 느끼는것이다. 자신의 추억 속 한 장면을 밤하늘에 붙이고, 보이는 별들을 이어가며 자기 나름대로의 별자리들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책에서 본 신화와 전설 이야기들을 같이 둘러 앉은(보통은 누운) 마음 통하는 친구들에게 소근소근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굳어가는 몸을 소주 한병으로 녹여가는 것이다. 어쩌다, 소원을 빌어야한다는 생각마져도 하얗게 잊혀질 정도로 이글거리면서(구르르르 하는 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은) 떨어지는 유성을 보는 것이다. 난 그렇게 느껴지는 별을 좋아하는 것이다. 보는게 아니라 느끼는.

다시 취미 이야기로 돌아가서,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의 취미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별을 느낍니다"라고 할 수 없는 까닭을 이젠 조금이나마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흔히들 "별 좀 봤다"하는 사람들하고 다른 관점의 "별"을 좋아했고,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에 별이라는 같은 매개체가 주는 감흥도 다른 것이다. 그건,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방향의 차이이다, 어디까지나.

나도 물론 가끔(예전에는) 성단도 찍고, 일주도 찍고, 돕소니안이라는 무식한녀석이랑 하루종일 뒹군 적도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과학적 흥미 정도 뿐, 역시나 나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것은 별을 본다는 것 보다는, 별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무런 장비 필요 없이 말이다(소주 제외). 심지어 눈을 감고서라도 느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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