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추억.

樂書 2005. 2. 13. 16:44
자세한 일들은 기억나질 않는다. 언제나처럼 오랫만에 둘이 만나고, 데이트가 자연스레 술로 이어지고, 늦은 밤 과음하지 않은 상태로 그녀의 자취방으로 바래다준다.
"짜파게티 먹고 싶어"라는 말에 바로 두봉지를 사서 그녀의 자취방에서 끓여먹는다. 터질듯이 부른 배로도 정말 맛있게 먹었었지. 그녀가 끓여준거였으니. 그당시 나는 그녀가 해주는 어떤 음식이라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을 때였으니.
술도 취하고, 배도 부르고. 졸음은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침대에서, 나는 그 밑에서 잠에 빠져든다.
어슴프레 해가 떠오를 무렵 나는, 익숙치 않은 잠자리에 눈비비고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여긴 어디지. 그녀의 자취방. 그녀는. 내옆에. 그녀는. 세상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던 그녀는.
문득 더할 나위 없는, 감당하기조차 벅찬 큰 행복에 겨워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내 나는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의 힘에 이끌려 - 정말이지 거역할 수 없는 커다란 힘이었다 - 이불 밖으로 살짝 보이는 그녀의 손에 내 손을 살포시 포개본다. 그녀가 깨지 않게 천천히 그 손을 들어올려 그 작은 손에 그만큼 작은 입맛춤을 한다. 내 이성조차도 나를 컨트롤할 수 없는 내 본능의 힘은, 나로 하여금 기도하게 만든다.

그녀를 위한 기도와.. 그녀가 행복하기를. 그녀가 아프지 않기를.
나를 위한 기도.. 그녀의 웃는 모습을 언제까지라도 볼 수 있기를. 내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를.

그렇게 몇시간인가를 그녀가 깰 때 까지 그 사치스런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이제는 흐른 시간만큼 상황도 많이 바뀌었구나. 문득 그 시절이 떠올라 조용히 미소지어 본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얼마전, 힘들다는 한마디로 안부인사를 대신하더니 잘 지내고 있기는 한거니.
그때처럼 보고싶어 해서는 안되겠지만, 보고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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