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채 남지 않았구나. 하려거든 조금 더 기다렸다 내년 봄, 따스한 햇살 아래, 그 햇살의 축복을 충만히 받으며 결혼하지.. 뭐가 그리 급하다고 이런 모진 추위 속에서 결혼을 서두르는거니. 하기야, 많은 사람들의 축복이 있을테니, 이 춥디 추운, 길디 긴 겨울은 너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 이 겨울은 나에게만 겨울일테니까.

그래. 너도 이제 결혼 할 나이지. 아니, 누구를 기다리다 그런건진 모르지만,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지. 늦은 만큼 잘 되었으면 좋겠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길 빌겠어. 아니, 사실 이건 거짓말이야. 솔직히, 언제인지 모를 내 결혼생활보다는 덜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마음이 편하지. 너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말이야.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돌이켜보면 너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야. 사랑은 표현하는건데.. 너는 그렇게 해맑은 미소로, 영롱한 눈물로 내 마음을 흔들어놔 놓고, 기껏 나는 너에게 해준게 아무것도 없네.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미안할 뿐이야. 네 결혼식에는 가지 않을거야. 하하핫. 초대도 받지 않은 내가 이런 말 하는게 우습긴 하지. 하지만, 이 말은 초대받지 않았기 때문에 불청객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의미야. 내 이 두 눈으로 하얀 드레스를 입은 하얀 너를 보고 싶지만... 그래, 참아야겠지. 나보다는 네 옆의 그 남자가 내 대신 너에게 그 아름다움을 표현해줄꺼야.

가슴이 아프네. 네가 결혼하기 때문에 가슴이 아픈건 아니야. 난 정말이지 너의 결혼식을 축하하고 있다구. 단지 내가 가슴 아픈 이유는, 혼수를 준비하면서도, 드레스 고르느라 입어보면서도, "신부 입장"의 사회자 목소리에 긴장된 발걸음으로 식장에 오르면서도 나에 대해서는 결코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걸,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야. 조금만, 그냥 이런 내가 이 세상 어딘가에, 같은 하늘 아래서 존재하고 있다고, 건강히 나름대로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그렇게 알고 있어 주면 되는데... 그것만 해 준다면 나는 정말이지 더이상 바라는게 없어.

결혼한 뒤에도 멀리서나마 다시 너를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때의 너는 더이상 눈물 흘리지 않는, 언제나 웃고 있는 모습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가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지만, 이젠 그렇게 되어버렸지만, 내 기도가 이루어진다면 너는 분명 행복해질거야.

네 신랑이 이 글을 보면 분명 화를 낼테지만, 난 그래도 내 스스로에게 솔직하고싶어.
사랑해 민영씨.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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