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6.08.11 용서 4
  2. 2006.03.11 저주를 받다 6
  3. 2005.06.18 금성의 공전주기가 화성보다 짧다. 5

용서

樂書 2006. 8. 11. 20:38
처음부터, 너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분명 직접적인 원인은 - 아직도 그렇지만 - 너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날 너는 무엇 때문에 눈물을 흘렸는지 나는 아직 모르겠어. 네가 잘못한거야. 화를 내야 하는건 내쪽이란 말이야. 하지만, 너를 그렇게까지 만든건 나니까. 내게도 절반은 책임이 있는거지.

분명 내게도 책임이 있는데, 나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는데, 어디까지나 머리속에서만 메아리 칠 뿐, 그게 이해가 되진 않았어. 가슴으로는 그런 너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너를 보면, 너를 생각하면 화부터 치밀어 올랐지. 그건 분명 너를 향한 분노는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나를 향한 분노도 아니고.. 대상을 알 수 없는 그런 류의 분노야.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우리의 관계 유지는 전적으로 내 잘못이야. 너를 앞에 두고 그렇게 뒤돌아버리는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아마도 그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 때문이었겠지. 지금도 후회가 되. 그나마 가끔 걸던 전화 마져도, 그런 죄책감 때문에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더군.

어제 밤 꿈을 꾸었어. 보통, 꿈 따위 꾸질 않아왔는데, 어제는 무슨일인지 꿈에 너를 보았지. 너랑 몇시간이고 줄창 수다만 떨었어.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우리 옛날 이야기도 하며 서로 웃고. 한참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러고 잠에서 깨어났는데, 문득, 이젠 너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분노 따위도 더이상 생겨나지 않았고.

내가 아무리 너를 용서한다 하여도, 나에 대한 너의 무관심은 여전하겠지. 그런 너를 탓하진 않아. 내게도 절반은 책임이 있으니. 그냥 뭐, 그렇다는 이야기일 뿐이야.


널 떠나 보내고 2년이라는 의미없는 시간이 지난 후, 이제서야 뒤늦게 너를 용서한다.
,

저주를 받다

樂書 2006. 3. 11. 14:18
나는 그분 앞에 머리를 크게 조아리며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째서이옵니까. 어째서, 왜 저인겁니까."

"그것은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너의 죄에 합당한 벌을 내린 것이니 너는 그것을 달게 받으라."

언제나 한결같은 그분의 음성에서 아무런 분노도, 쾌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억울한것 역시 아니다. 그저 참기에 너무 버거운 고통을 주는 이 저주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견디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괴롭습니다. 언제까지 이 아픔을 품에 안고 살아야 하옵니까."

그 분은 아까와 같은 음색으로 차분히 대답해주신다.

"이미 너도 잘 알고 있을 터. 또 다른 사랑이 네 앞에 나타날 때 까지니라."
,


언젠가 인터넷이던가, PC통신에서던가 이런 이야기륻 들은 적이 있다. 아니아니.. 원태연씨 시에서 봤던건가..
남자는 사랑할 때 자신이 가진 사랑의 반만을 상대에게 주고, 이별할 때는 주었던 그 사랑의 반만을 가져간다고. 여자는 사랑할 때 자신이 가진 사랑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주고, 이별할 때는 남자가 남기고 간 나머지 1/2의 사랑까지 모두를 가져간다고.

진위 여부를 세밀히 따지기 전에, 경험적 일반론으로서는 맞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온전한 사랑을 다시 다 가져갔기 때문에 실연의 아픔에서 더 빨리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줄 온전한 사랑을 혹은 그 이상의 사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또다른 사랑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이야기다. 다 그렇다는건 아니지. 암. 그렇고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