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축하해

樂書 2007. 9. 30. 23:24

하지만 널 위해 축하해주지는 않을께.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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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녀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둘이서 한참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마셔댔던 날이었으니까. 새벽 두시쯤 되었을까?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주던 와중에 그녀가 꺼낸 말은, 아니 내지른 외침은 아직도 내 가슴 속 한켠에 비수가 되어 박혀있다. 수 년이 흐른 지금도 그녀를 볼 때 마다 가끔 그 생각이 난다. 하지만 지금 행복한 그녀를 위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할 나를 위해 나는 이 이야기를 그녀에게 끝내 해주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된 나를... 너만이 나를 깨끗하게 해줄 수 있어"

그녀의 첫사랑이 나였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대번에 알 수 있었고, 오래 생각지도 않고 나의 행동은 결정되었다. 어쩌면 그 결론은 그녀를 만나기 전 부터 운명지어졌던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미소지으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리 내가 막나가는 놈이라 하더라도 내 인생에 남자다운 로맨스 하나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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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진리

樂書 2007. 7. 18. 13:54

"아.. 참 덥구나.."

따가운 햇살에 매미도 짜증이 나는지 시끄럽게 울어대는 날이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영롱한 눈빛으로 내 눈을 쳐다보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뭐야..'

그리고 그는 나에게 말을 거낸다. 흔히들 보이는 그런 류의, 전도하는 사람이다. 날도 참 더운데 이분들도 고생하는구먼.

"날씨가 참 덥죠?"

갑자기 꺼낸 말에 그는 대답이 없다. 난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당신이 따르는 그 진리는 이렇게 더운 날을 시원하게 바꿔줄 수 있나요?"

무언가 골똘이 생각하는 눈빛이지만, 여전히 그는 말이 없었다.

"내가 따르는 진리라면 가능합니다."

말을 마친 나는 그를 향한 시선을 유지한 채 뒤로 두걸음 물러섰다. 시원한 나무그늘이 나의 전신을 뒤덮자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참 시원한 그늘이군요... 내가 따르는 진리는 현실이라고 부릅니다."

내뱉듯 말하며 그를 다시 쳐다보았다. 무언가 말을 꺼낼듯 말듯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이 때를 놓치면 나는 지고 만다.

"그럼 부디 바른 진리를 따르시기를.."

나는 발걸음을 재촉해 가던 길을 마져 걸었다. 시원한 나무그늘 밑을 골라서만.

 

그들이 따르는 진리가 잘못된건 아니다. 다만, 그 고귀한 진리를 따르는 자들의 마음과짐과 자세가 틀려먹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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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꿈이었다.
한 아이의 어머니. 그리고 또 다른 생명을 그 안에 보듬고 있던 그녀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1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나만큼이나 변해있었지만, 그녀에게선 그녀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때 그 느낌들을 여전히 발산하고 있었기때문에 "안녕? 오빠"라는 한마디만 듣고도 눈물이 쏟아질 만큼 행복하였다. 나를 바라보던 그녀는 그때만큼이나 활짝 나를 향해 웃고있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 너무나도 미안해서 - 그자리에 멈추어서 서서 - 너무나도 반가워서 - 어쩔 수 없는 미소로만 - 너무나도 그리웠기에 -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깨어나보니 그것은 꿈이었다. 꿈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다시 한번 그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한번 눈을 감고 바로 잠을 다시 청한다. 그것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하루 더욱 더 슬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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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재분배

樂書 2007. 5. 18. 16:35
  1. 대한민국 성인 모두에게 구체적인 제 1희망직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다.
  2. 국가의 총 생산 재원을 희망 직종 수로 나눈다.
  3. 나뉘어진 금액을 동일한 희망 직종을 택한 사람들끼리 나누고, 그 직업을 부여한다.
  4. 분명 여기저기서 말이 나온다. 누구는 월급이 적네, 많네 하면서. 그럼 자유롭게 이직시켜준다.

경쟁률 높은 인기 직종은 자연스레 월급이 줄어들고, 3D업이라고 천대받는 직종은 자연스레 월급이 올라가고, 아싸좋구나~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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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터데스크로 만들어진 멋진 블로그를 소개합니다~를 읽어봤다. 게시된 블로그들을 직접 방문한건 아니고 해당 블로그들의 스샷만 쭉 훑어봤다. 헌데 묘하게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더군.

짤방이든,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든, 자기가 찍은 사진이든, 저작권 따위 신경 쓸 가치 없는 그림이든.. 페이지 상단부 - 어지간한 웹 기획 문외한이라도 "이부분은 중요한 부분 같은데"라고 느껴질만한 부분 - 에는 여지없이 이미지들이 들어간다. 이 부분에 텍스트형 혹은 목록형 포스트들이 들어가질 않는다. 썸네일 형태가 되었든 앨범형태가 되었든 이미지는 꼭 들어가 있다.
그렇구나.. 뭘 하든간에 어떤 이미지든 들어가 있어야 뜰 수 있는 거구나.

나는 어차피 "대중성"따위 생각도 없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취향과도 다르고, 트래픽 많은 곳에 소개되서 덕분에 전혀 듣도보도못한 분들이 찾아와 성의없이 "잘보고 가요"라는 댓글 한줄 달랑 적어놓고 가는 그런 블로그를 지향하지 않기 때문에 나랑은 전혀 상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뭐랄까.. 사람들(독자)이 너무 겉모양에만 치중된건 아닐까 한다. 글의 내용은 읽지 않고, 당장 눈에 보이는 무언가만을 쫓는건 아닐까. 그런 성향을 잘 이해하고 있는 블로거님들은 당연스레 이미지를 붙여넣고, 그렇게 보여지는 블로그들은 "잘 꾸며진"의 기준에 부합되고.. 설마, 내가 그렇다고 내용 좋은 포스트들을 쏟아내는걸로 오해하시는 분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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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비스 혹은 온라인게임의 CS를 해본 사람들만 이해하려나..

불만 없는 서비스가 어딨겠는가. 제공되는 서비스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A를 요구하는 집단이 우루루 몰려온다. 시스템적으로 구현 가능하고, 추구하는 방향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A를 수용하게 된다. 이렇게 A를 인정하면 또 다른 패거리들이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흐트려놓는다. 왜 하필 A냐며 C를 요구하는 집단이다. 여기서 A와 C는 상반된 위치이기 때문에 운영팀은 나름대로 골머리를 썩힌다. A와 C를 공존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끝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차선으로 선택하는 방법이 A와 C의 중간 즈음인 B를 선택한다는거. 정반합이지.

B를 구현하게 되면 A집단과 C집단 모두 난리를 친다. B를 할 바에는 차라리 D를 해달라고. 그래서 운영팀은 판단한다. '아, B를 하면 안되는거구나.. 실수했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B를 D로 바꾸자'라고 하면 A, B, C, D 모두 난리를 친다.

커뮤니티에 어쩌니 저쩌니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분들은 거의 없다(몇몇은 분명 있다!). 그냥 욕설이다. 그냥 접는댄다. 아니아니, 그냥 접는게 아니라 잘 읽어보면 "이런 서비스 캐호좁이니 나는 접을껀데, 니네도 같이 접자"라는 식이다. 타 게임의 알바생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

그냥 마음 아플 뿐. 그런다고 달라지는거 없는데 말이다. 서비스를 계속 이용 하건 말건 그건 본인의 자유지만, 운영은 운영하는 사람들의 자유, 의지,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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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도 살랑~ 살랑~ 사알랑~ 살랑~ 사아아알라앙~ 살랑살랑~ 사알랑~ 살랑~~~

 

 

그래서,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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