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녀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둘이서 한참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마셔댔던 날이었으니까. 새벽 두시쯤 되었을까?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주던 와중에 그녀가 꺼낸 말은, 아니 내지른 외침은 아직도 내 가슴 속 한켠에 비수가 되어 박혀있다. 수 년이 흐른 지금도 그녀를 볼 때 마다 가끔 그 생각이 난다. 하지만 지금 행복한 그녀를 위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할 나를 위해 나는 이 이야기를 그녀에게 끝내 해주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된 나를... 너만이 나를 깨끗하게 해줄 수 있어"

그녀의 첫사랑이 나였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대번에 알 수 있었고, 오래 생각지도 않고 나의 행동은 결정되었다. 어쩌면 그 결론은 그녀를 만나기 전 부터 운명지어졌던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미소지으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리 내가 막나가는 놈이라 하더라도 내 인생에 남자다운 로맨스 하나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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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포털 사이트 카페 - 온라인 커뮤니티 - 중에서, 정확한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인하대에 좋아하는(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요"라는 식의 카페가 있다고 한다. 뭐 이름 그대로 타교에서 인하대생 사람 중에 맘에 드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혹은 자교 내에서 맘에 드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이곳에 "어떠어떠한 사람이 맘에 들어요. 누구인지 아시는분? 연락처라도.."라는 글이 올라오는 곳이다.

아무튼 이런 카페에 올라온 글 중에서 놀라운 글이 하나 있다고 한다(이건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 글쓴이는 여학생이고, 반해버린 남학생의 정보를 찾는 내용의 글인데 일부만 추려보면,

  • 푸른색 잠바를 자주 입고

  • 내가 늘상 입는 잠바도 푸른색.

  • 까만 뿔테 안경을 쓰고

  • 내가 지금 까만 뿔테!

  • 스쿠터를 타고다니며

  • 오오! 내 스쿠터는 ATS Major!!!

  • 도서관에 공부하러 자주 오는

  • .......... 나 아니네


뭐랄까.. 로또 번호가 잘 들어맞다가 마지막 한자리가 틀린 느낌이랄까? 아니다. 이건 2등이라도 먹지. 뭐랄까... 화장실에 두루마리 휴지가 걸려 있었는데, 뜯으려 보니 한칸 밖에 남지 않은 두루마리휴지라는걸 알게 된 느낌?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처절하고 훨씬 더 애처롭단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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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않을 만큼 오래간만에 만난 그녀는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를 놀래켰다. 여전히 그녀의 양 볼은 차갑고 그녀의 두 손은 따뜻했지만, 왠지 모를 까칠함과 대상을 알 수 없는 차가움은 분명 그녀에게는 - 내가 느끼기엔 낯설은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생활이란 그렇게라도 변해야 버틸 수 있었을테니까.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그녀는 분명 원래부터 자신의 천성이라고, 그동안 숨겨온 본성을 드러낸 것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어쨌거나 나의 관찰은 - 경험이라는 의미로서의 표현인 - 지극히 제한적이고 주관적임은 분명하니, 나는 "아니야. 나의 너는 그렇지 않아."라고 말할것이다.

그러고보니 그녀는 내게 어떤 존재일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레 내민 손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레 뿌리친다. 아무런 사이도 아닌게 분명한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분명 아무렇지 않은게 아닌 사이로 보여지는 관계. 어쩐지 인간 본성을 향한 철학적 질문 같은 느낌.

그녀는 나의 그녀가 아니다. 물론 나도 그녀의 내가 아니다. 그렇기는 커녕 우리는 서로에게서 호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단지 - 내 추측으로는 - 서로가 서로에게 일반 타인에 비해 조금 더 편안함을 느낄 뿐이다. 딱히 말이 통하는 공통화제거리가 있는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서로가 바빠 자주 볼래야 볼수도 없다. 그렇게 몇 달 혹은 몇 년에 한번씩 만나기를 올해로 6년째다. 내 욕심이 있다면, 지금만큼 편한 그녀를 지금만큼 가끔씩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욕심을 좀 더 부린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러할 수 있기를...

9200번 막차 안에서.



아놔. 9200 막차 타고 오는데 옆자리 아가씨 귀염귀염 스타일이 맘에 들길래 말한번 걸어볼라고 무슨 말을 꺼낼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내 뒷자리 술드신 아저씨가 오바이트 쏟아내시는 바람에 말은 커녕 분위기 ㅁㄴ이러ㅣㅏ어리ㅏ 대버려서 안습.

아가씨, 담에 봐요. 그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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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어쩌다가 가끔 생겨난 여유. 하지만 데이트 할 아가씨가 없네.

예전엔 안그랬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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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9] <Ra> 역시, 연애시절 초반엔 기사식당 데리고가봐야해요.
[14:49] <#########> 한식 먹자니
[14:49] <#########> 쩝-_-
[14:50] <Ra> 많은 것을 알 수 있음.
[14:50] <$$$$> Ra님 공감


소개팅이든 미팅이든.. 초면에는, 그게 예의상이 되었든 작업의 일환이 되었든, 깔끔한 분위기를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관계에 진도가 나가면서도 언제까지나 그럴 수만은 없는 법. 그럴때 한번 가봐주자. 기사식당.

어지간해서는 후배들이든 지인들이든 밥사달라면 밥을 사주는 편이다.(이곳의 밥값은 매우 만족스러우니까!) 헌데, 그래도 사주고싶지 않은 케이스가 있는데.. 사달래서 사주면 깨작거리다가 '별로 생각이 없어요'라든가, '갑자기 먹기 싫어졌어요'라던가 소리를 하는 사람들. 뭐, 이건 그사람의 인성(人性)이겠지.

가리는것 많아 편식하고, 내숭인거 뻔히 아는데 조금(정말 객관적으로 조금)만 먹고, 밥 서너톨씩 젖가락으로 집어먹는 사람은 정말 같이 식사하고싶지가 않다. 이런 사람과의 연애라니.. 데이트할 때 밥먹는건 빼야하나?

쓰고보니 일관성 없이 난잡하네.

결론은, 무선수의 명강의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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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데이트. 밤 늦은 그시간에 청계천은 처음 와봤다는듯한 연기로 힘들었음. 역시나 불륜코스로는 쵝오.

나 "이 다리 이름이 세운교네."

그녀 "그럼 이 다음 다리 이름은 뭘까?"

나 "눕힌교?"

뭐 대략 그런 분위기로 심야 데이트는 즐거웠음.
다음엔 또 어떤 아가씨랑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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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대상

Free 2006. 3. 11. 11:57


어릴적에는(이라고 해 봐야 어리지 않기 시작하는 순간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우니, 대충 오래전) 결혼이란, 서로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행위라 생각하고 있었다. 즉, 결혼하는 목적물은 남자와 여자인 두가지이고 그에 따른 부수적 제반 조건이 따른다는 개념. 하지만, 언제인가부터(이것과 어리지 않기 시작하는 순간과는 별개이다) 결혼은 4가지 목적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깨닳는것과는 다르다. 학습도 아니다.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랄까.

남자인 자아. 여자인 자아. 돈. 집안.


그 외의 것들은 결혼 뒤에 만들어낼 수 있고, 만들어내는것 또한 어렵지 않다. 게다가, 없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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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미안해".

안타깝게도, 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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